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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한-일 경제전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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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100여일이 지나면서 국내 산업계의 혼선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국산화 및 수입처 다변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의 경우 벨기에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3분기 벨기에에서 수입한 PR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벨기에 수입량은 일본 조치가 본격화된 7월부터 급격히 늘었다는 점에서 수입처 다변화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업계와 정부가 긴밀한 협업 체제를 갖추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제조업 전반의 분위기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1051개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일 무역 분쟁이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이 78%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 기계, 반도체 등 부문의 영향이 있지만 이들 부문의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중은 20%를 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본격화되고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계의 혼선이 극에 달하던 점을 상기하면 다소 놀라운 결과다. 우리 산업계의 위기 대응 능력을 재확인시킨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산업연 조사에서 일본 조치로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중이 15%를 차지하고, 기업 경영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점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계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소부장에 대한 정치적·정책적 관심이 급속히 사라지지 않고 산업 체질 강화로 연결될 수 있는 추진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의 조치와 같은 경제 공격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일 경제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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