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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회화와 주얼리 경계 허물고 빛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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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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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서 노란색 물감이 회오리친다. 그 위로 18K 금 장식도 나선형으로 소용돌이친다. 영롱한 진주와 투박한 루비 간 대조가 작품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송숙남 광주대 패션·주얼리학부 교수(60)의 신작 '회오리'(2019)는 순수 회화와 실용적인 장식 예술인 주얼리 경계를 넘나든다. 색면 추상회화에 입체적인 주얼리를 붙여 빛을 끌어들였다. 햇살과 조명을 받은 주얼리 아래 드리운 그림자는 회화 형상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회화와 아트 주얼리 사이에서 역동적인 생명의 리듬을 전하는 송 교수의 전시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12번째 개인전으로 23일 서울 서초구 흰물결갤러리 문을 열었으며, 11월 20일까지 펼쳐진다. 1989년부터 올해까지 30여 년 동안 제작한 판화와 드로잉, 복합재료로 완성한 회화, 천연 보석과 18K 금 소재로 만든 아트 주얼리 등 130여 점이 장르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풍경을 만든다.

작가는 "회화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공간적인 장식으로 최대한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섬세한 이미지의 흐름이 그림이 되고, 그 그림이 장신구로 다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판에 그린 '휘파람'(2019)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화사한 파스텔톤 아크릴 물감으로 퍼뜨렸다. 나무판에 그린 '소울메이트'(2011)는 강렬한 붉은색과 주황색 향연이다. 다채로운 색채를 띠는 오팔과 전기석, 18K 금으로 제작한 아트 주얼리 '새털구름'(2016)은 날아갈 듯 날렵하다. 2004년 새긴 목판화 '참으로 좋았던 그 길'은 두 초가집 사이에 우뚝 선 고목과 오솔길 특징을 압축해 조형성을 부각한 작품이다.

미술평론가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무한 가능한 꽃다발 같은 색, 끝없이 나열된 간결한 점, 고정된 외양 형태에서 비롯된 딱딱함을 휘젓는 묘한 리듬들로 작품을 이뤄냈다"면서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가 '분절되고 편협하여 병들 수밖에 없는 현대인을 구원할 치유의 가능성'으로 적시한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 즉 '놀이충동'의 가치를 확인해준다"는 전시평을 썼다.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송 교수는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에서 판화 과정을, 미국 캔자스대에서 석판화 과정을 공부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 이사, 한국 디자인협회 이사, 광주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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