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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한복의 아름다운 선으로 만인의 연인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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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외모의 루마니아 가수에게서 내 나라의 향기가 느껴졌다. 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가 연기한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는 한복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에 대해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한복의 아름다운 선(線)을 통해 '만인이 사랑하는 보편적인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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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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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의 이야기'는 순진한 예술가 호프만이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가슴 아픈 사랑 끝에 진정한 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오페라다. 독일 낭만주의 작가 E. T. A. 호프만의 단편 '모래사나이' '고문관 크레스펠' '잃어버린 거울의 형상'을 토대로 만들었다.

19세기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의 유고작인 이 작품에선 당시 사회가 욕망했던 여성상을 대표하는 세 여성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가 나온다. 부사르 연출가는 이들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한복을 택했다. 한복의 매력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오페라 '마농' 연출을 위해 내한했을 때부터다. 그는 "좋은 옷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개량한복이 눈에 들어왔다"며 "그 이후로 계속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통적 혹은 현대적으로 작품 속에 녹여내길 바라왔다"고 했다.

구성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작곡가가 1881년 초연 몇 달 전에 사망한 까닭에 완성본이 없고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연출가들 스타일에 따라 서로 반대되는 작품을 올려 해석의 차이가 80%까지 난다고도 한다. 부사르 연출가는 지휘자와 협의 끝에 스토리가 탄탄하고 장대한 합창으로 막을 내리는 판본을 선택했다. 그는 "기존 판본들은 이야기 흐름이 약해 오페라 가수들이 열창해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며 "음악적인 측면과 더불어 드라마적 일관성도 풍부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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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상징 읽기'는 연출가가 권하는 감상 포인트다. 그는 세 여성에게서 공통적으로 포착되는 '갇힘'을 일례로 들었다. 올림피아는 사람들에게 소개되기 전까지는 네모난 선물상자 속에 갇혀 있다. 안토니아는 누구에게도 집안 문을 열어주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사람들과 만날 수 없었다. "겉보기엔 화려해도 속으로는 힘들고 비참하다"며 "창살 속에 갇힌 동물 같은 신세"라고 스스로를 한탄하는 줄리에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갇힌 여성들'은 작품이 쓰일 당시 일반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부사르 연출가의 해석이다.

호프만은 테너 장 프랑수아 보라스와 국윤종이 맡았다. 소프라노 크리스타나 파사로이우와 윤상아는 호프만의 연인들인 올림피아·안토니아·줄리에타 그리고 이 셋을 모두 상징하는 스텔라역을 맡아 1인 4역에 나선다. 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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