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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매경 CEO특강]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 서울대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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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나이키의 최대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닙니다. 게임회사인 닌텐도입니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아군과 적군이 언제든지 바뀌는 시대가 됐습니다."

'혁신과 도전, 은행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서울대에서 열린 '매경 CEO 특강'에 연사로 나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거대한 산업의 변화 트렌드를 화두로 던졌다. 사람이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20·30대는 운동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게임을 한다. 게임회사가 스포츠용품 회사의 경쟁사가 된 이유다.

똑같은 변화가 금융권에서도 일고 있다. 손 회장은 "금융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면서 은행끼리, 카드사끼리, 증권사끼리 경쟁하는 시대에서 정보기술(IT) 기업과 경쟁하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금융서비스에 접목되는 핀테크(FinTech) 확산으로 혁신적인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부터 토스, 뱅크샐러드 같은 자산 관리 플랫폼도 등장했다. 오픈 뱅킹 시대도 올해 말 열릴 예정이다. 이는 하나의 금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은행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은행 앱에서 KEB하나은행이나 KB국민은행 계좌를 가져와 이체 등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 데이터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 데이터 산업도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손 회장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이 금융업에 침투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며 "우리은행 경쟁 업체는 토스, 센트비, 모인, 삼성페이 같은 핀테크 업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도 최근 금융업계 화두다. 손 회장은 "수출 증가율 하락과 경제 성장률 둔화,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금융업 자산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도 그동안 꾸준히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왔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국내 주요 은행의 해외 사업 비중은 7.1% 수준인 반면 일본은 23%, 싱가포르는 34%, 말레이시아는 44% 등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손 회장은 "일본은 우리보다 금융산업이 앞섰고 동남아시아 국가는 지리적 특성상 해외 사업 비중이 높다는 측면을 감안해도 국내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금융업에 생존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와 영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레고 등은 대담한 혁신을 통해 성공 방정식을 이어 나가고 있다. 반면 디지털 카메라 대응에 실패한 코닥과 온라인쇼핑에서 뒤처진 토이저러스, 스마트폰 시대를 간과한 노키아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손 회장은 "핀테크 시대에 발 빠른 대응을 위해 '은행 내 은행(BIB)' 형태로 디지털 사업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은행을 IT기업처럼 만들었다"며 "개방형 혁신과 외부와 협업 등에 있어서도 경쟁사는 한 발 앞서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새로운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우리WON뱅킹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객이 모바일뱅킹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중 90%가 조회, 이체라는 점을 감안해 첫 화면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품 가입 프로세스도 기존 11단계에서 5단계로 대폭 줄였다.

강연을 정리하며 손 회장은 "미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통찰력·호기심·상상력이 풍부한 인재가 돼야 한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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