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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오래 전 '이날']10월24일 걸렸구나 싶을 때, 유황 씹고 식초 마신다고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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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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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심야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1995년).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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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24일 음주운전자 단속모면 ‘추태’ 속출

일명 ‘윤창호법’이 통과되면서 음주운전 관련 기준과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 먼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고, 올 6월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음주운전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이 상향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관련 뉴스들은 끊이지 않습니다

음주운전 자체도 문제지만 그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는 행태도 문제입니다. 최근 한 래퍼는 음주운전 후 운전자 바꿔치기와 금품 무마 정황으로 조사를 받았죠. 어느 방송인은 음주운전 사고 뒤 20여시간 동안 잠적했다 경찰에 출석하기도 했고요. 음주 단속 때 차를 버리고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술을 왕창 들이부어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을 무력화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30년 전에도 음주운전 단속에서 걸리지 않으려는 각종 시도들이 넘쳐났다고 하는데요. 1989년 오늘 경향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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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24일자 경향신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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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따르면 당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크게 강화됐고, 술을 마신 운전자들은 단속을 당할 때 성냥개비의 유황을 씹는 대처법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냄새도 역한 유황을 껌처럼 씹다니 왜였을까요?

그 시절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성냥 유황이나 치약을 입에 머금거나, 솔잎·초컬릿을 씹거나 식초를 마시는 방법이 알코올 농도 측정 모면 방법으로 급격히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밖에도 껌·은단·목캔디·담배·구강청정제 등이 다양하게 활용됐다고 해요.

문제는 이런 방법들이 알코올 농도 측정치에는 별 효과가 없고 인체에는 유해한 경우도 많았다는 건데요.

서울 시내의 한 약국주인은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려고 유황을 먹었다며 소화제를 찾는 운전자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음주측정기를 경찰에 공급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업체에서는 “성냥 등이 음주측정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몇 해 전까지는 있었다”면서 “알코올 농도 측정에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하는데도 지금도 이같은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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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활용한 음주단속을 시연한 모습(1986년). 경향신문 자료사진


특히 알콜성분이 든 구강청정제나 드링크제의 사용은 “음주로 운전기능이 마비된데다 다시 약물을 복용할 경우 상승작용을 일으켜 극히 위험하다”고 전했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공업용 알콜을 촉매로 사용하는 자연섬유 계통의 모 제품을 입안에 넣고 있으면 측정기 자동이 제대로 안 된다는 위험한 이야기도 등장하네요.

강화된 음주 측정은 곳곳에서 갈등상황을 빚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운전자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길거리 대신 아파트 정문 등에서 음주측정을 하는 얌체식 함정단속도 있었다고 합니다. 집에 다 왔다고 긴장을 풀었다가 덜컥 걸리는 사람들도 꽤 있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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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헬’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시 치안본부 집계에 따르면 1988년 한 해 동안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2.9%에 해당하는 6507건으로 하루 평균 17.8건이었습니다. 총 411명이 숨졌고 9771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난해 통계를 보면 2018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총 1만9381건으로 늘어 하루 평균 53건에 달했습니다. 사망자는 총 346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부상자는 총 3만2952명으로 3.37배로 늘었네요.

법이 아무리 강해져도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처벌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문제를 떠나,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자신의 행동이 자신은 물론 죄없는 누군가의 인생까지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부터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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