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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조국 사퇴 표창장 파티… 한국당 꼴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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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구속] 당원들 "뭐하자는 거냐" 비난 빗발

조국 청문TF 여상규 의원 등 14명에 표창장, 50만원 상품권도 줘

"광화문 민심 黨 지지하는 게 아닌데 희희낙락하는 걸 보니 암담

지도부·의원 딴나라 사는 것 같아… 탈당하고 싶다" 분통 터뜨려

23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자유한국당 당원 사무실에 한 60대 남성이 방문했다. 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오늘 밤 청와대 앞에서 밤샘 농성을 하기 전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전 법무부 장관)이 그만두면 다 끝나는 거냐"며 "표창장 주고받는 꼴이 너무 보기 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자세가 틀려먹었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쾌거를 이뤘다"며 조 전 장관 인사청문특위(TF)팀 '표창장 수여식'을 가진 것을 비판한 것이다. 당시 표창장은 여상규 의원 등 14명의 전·현직 의원이 받았고 부상(副賞)은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었다.

표창장 수여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직후부터 한국당 당협 위원장들에게는 "지금 뭐 하자는 거냐"는 당원들의 항의 전화·문자가 쏟아졌다고 한다. 정원석 한국당 강남을 당협 위원장이 이날 공개한 항의 문자메시지에는 "조국 물러난 걸 갖고 대단한 성취랍시고 희희낙락하는 걸 보니 암담함을 느낀다" "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거에서 좌파의 조롱거리가 될 게 뻔하다" "상을 주려면 광화문 집회에 나온 애국 시민들한테 줘라" 등의 비판이 가득했다. 정 위원장은 "당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나경원(맨 왼쪽)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특위(TF)팀 여상규 의원 등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여 의원은 50만원 상당 상품권이 든 봉투를 들고 웃고 있다. “표창장 파티 할 때냐”는 당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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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항의는 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당원·지지자는 "나도 개천절과 한글날에 광화문 광장에 나갔지만 한국당 하는 꼴을 보니 탈당하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당협 위원장은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 총선에서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는데, 당 지도부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 지역의 또 다른 당협 위원장도 "부산·경남 유권자들은 언제든 표심(票心)이 돌아설 수 있는데 악재를 자초했다"고 했다.

한국당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뭘 그렇게 잘했다고 시시덕거리느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한 시민은 "언론의 적극적 보도와 대규모 광화문 집회로 (조국 퇴진) 여론이 형성되자 한국당은 숟가락을 얹은 것뿐"이라며 "야당으로서 그 정도 한 것 가지고 표창장 세리머니까지 해야 했느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조국 사태' 이후 뚜렷한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대규모 물갈이를 위한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는데 한국당은 큰 틀의 공천 원칙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은 연초부터 공천 시스템 혁신 논의를 했지만 제대로 된 인적 쇄신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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