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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임종헌 파일 검찰에 준 법원행정처…법원 “절차 적법했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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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상 목적으로 작성된 문건 파일들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제출 과정에 작성자의 동의나 참여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사법농단 사건 수사 때 법원행정처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안에 들어있던 문건 파일들을 검찰에 제출한 과정에 대한 판단이다. 법원은 파일들에 개인정보가 일부 들어있어 검찰에 넘겨지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 발견’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을 때 재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된 임성근 판사 공판에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판결 선고 전의 잠정적인 판단이다.

    임 판사 측은 법원행정처가 컴퓨터 사용자인 임 전 차장의 동의나 참여 없이 컴퓨터 안에 저장돼있던 문건 파일들을 검찰에 제출한 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는 유죄 판단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재판 거래 및 개입 의혹이 불거진 문건들이다.

    경향신문

    지난해 7월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양승태 대법원 때 문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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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는 임 판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철상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파일들을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뒤 제출한 점, 임 전 차장이 사용하던 컴퓨터가 국가 소유인데다가 임 전 차장 퇴직으로 인해 사용권한도 법원행정처에 귀속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시 제출 절차가 적법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검사는 피의자 등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검찰이 대법원으로부터 파일을 넘겨받을 때 이 파일은 국가 소유에 해당했다”며 “법원행정처장이 관리하는 것이고, 내부 회의를 거쳐 파일에 대한 권한을 소속 심의관에게 위임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은 법원행정처 의사에 따라 제한된 범위 안에서 파일을 제출받았다”며 “권한을 위임받은 심의관이 적법하게 임의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의 참여 없이 파일들이 제출돼 위법하다는 임 판사 측 주장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임의제출 때 피압수자의 참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 사건 저장매체의 사용주체, 즉 퇴직한 임 전 차장에게까지 그러한 권리를 줄 명분이 없고, 직무상 보관자인 법원행정처가 검사가 저장매체에서 파일을 추출·선별하는 절차에 참여해서 협조한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피압수자의 참여권도 보장됐다”고 했다.

    임 판사 측은 파일들에 문건 작성자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검찰에 마음대로 제출하는 게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건 내용이 공직자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는 무관한 내용이고, 설령 일부 개인정보가 담겨있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파일들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공무상) 필요에 의해 작성한 전자문서이고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개인정보라고 볼 수 없다”며 “설사 작성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건 파일들의 작성 경위를 보면 작성자나, 저장매체의 사용자였던 임 전 차장 등의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문건 파일 제출로 인해 임 전 차장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무로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 것인 이상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볼 수는 없다”며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과, 인권 등 개인적 이익을 비교할 때 공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 쟁점은 2017년 3월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저지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법농단 사건의 피고인들도 임 판사와 같은 주장을 하며 법원행정처 문건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압수수색한 절차에 대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와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등이 이미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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