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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금강산 협박’ 다음날 “김정은-트럼프 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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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김계관 내세워 담화 발표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리아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나는 그(김정은)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각별하다”고 화답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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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각별하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전했다. 전날 문재인 정부를 향해 ‘너절한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라는 압박 메시지를 날렸던 김 위원장이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친밀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한 것. 북한이 ‘한미 갈라치기’를 더욱 노골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결단을 촉구하는 우회 전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사진)은 이날 담화를 통해 “며칠 전 내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 조미(북-미) 관계 문제를 비롯하여 대외사업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을 보고 드렸을 때 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했다. 김계관은 “(북-미 정상 간) 친분 관계는 굳건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김계관을 내세워 전한 이날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나는 그(김정은)를 좋아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북한의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선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감을 밝히자 화답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김계관이 김정은을 직접 만났다는 것을 강조하며 의중을 전한 것, 그리고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각별하다’는 직접적인 친분 메시지를 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 행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정상 간 비핵화 담판을 보자는 의도를 보다 명확히 드러냈다. 김계관은 “나는 이러한 (북-미 정상 간) 친분 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도 했다. ‘통미봉남’을 한층 노골화하는 동시에 지금은 북-미 관계가 좋지만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미국도 최근 한국과 같은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회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톡홀름 만남을 통해 가까스로 실무협상은 재개됐지만 북한이 추가 실무협상에 답하지 않고 다시 정상회담에 다걸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비핵화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미 수차례 반복된 것처럼 북한은 미국 측 실무진을 악마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띄우면서 실무회담 없는 정상회담을 하자는 의사를 표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깜짝쇼’를 고려 중이라면 성과 없는 회담이 또다시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직거래에 한층 집중하고 남북 관계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합의까지 뒤집으면서 비핵화 협상판에서 한국의 위치는 더 협소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전 원장은 “북한은 이제 미국과 허니문 관계로 갈 수도 있는데 한국이 앞으로 수저를 올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통미봉남을 한층 강화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참석이니, 올림픽이니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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