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내 양측 입장 양보 어려워
美의 GSOMIA 압박도 쉽지 않아
장기간의 외교 접촉 통한 해법 모색만이 해법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오는 30일로 우리 대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지 1년이다. 한일 관계를 넘어 한미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 만큼 동맹 간 관계 봉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에 앞서 한일 관계가 극적인 전환점을 맞기에는 시간상으로도 촉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을 통해 한일 상호 간에 관계 회복을 위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확인됐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팽팽하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을 존중하며 일본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을 내세워 배상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8일 발표된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일본 정부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응답한 것은 현 상황이 정치적으로도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상황을 예고한다. 여론의 지지가 이어지는 만큼 일본 정부가 현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이 총리 방일에서 양국 간에 여전히 간극이 크며 최소한의 입장만을 확인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이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한국이 생각을 바꾸려 한다'라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변수는 미국의 등판이다. 미국은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한일 GSOMIA 종료를 앞두고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한일 간 중재를 시도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6일 주일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일 GSOMIA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고 발언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다음 달 5일 예정된 방한 시에도 우리 정부를 상대로 GSOMIA 종료 결정의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당초 우리 정부는 GSOMIA를 내세워 미국의 개입을 유도해 일본을 움직이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일본은 미국의 개입을 거부하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행했고 우리 정부는 한일 GSOMIA 종료 결정으로 맞섰다.
일본은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 정보 부족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GSOMIA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미국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 외교 당국자는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한일 관계에) 미국의 개입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일 문제는 결국 당사국간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과거 위안부 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시 미국의 압박으로 위안부 합의에 이르게 됐던 경험도 의식하는 모양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예상했던 상황이다. (이 총리의 방일이) 오히려 기대를 너무 줬다. 한일 관계는 쉽게 해결 안되며 빌드업 방식으로 조금씩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