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리그 생존이 목표이던 약체…젊은 감독 지휘 아래 강팀 변신
바르샤·레알 등 명문 따돌리고 시즌 초반 라리가 깜짝 선두에
사자들이 어린 양과 뛰놀고, 병에 번갯불을 담고, 10번 연속 로또 1등에 당첨되기처럼 이 세상엔 도저히 현실화될 수 없을 것 같은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라나다가 라리가 선두를 달리는 것 역시 스페인 축구팬들에게는 사자들이 어린 양과 뛰노는 일만큼이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라나다는 1931년 창단돼 88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1부리그에서 뛴 게 올 시즌 포함 24시즌밖에 안된다. 라리가 역대 최고 성적이 6위고, 23번의 시즌 중 10위 안에 든 게 딱 4번이다. 강등과 승격을 거듭하며 늘 생존이 지상과제였던 팀이 바로 그라나다였다. 그런 그라나다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라리가 선두를 달린다?
그렇다. 라리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라나다는 27일 밤에 열린 레알 베티스와의 라리가 홈경기서 후반 16분에 터진 알바로 바디요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그라나다는 6승2무2패 승점 20을 기록,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 레알 소시에다드(이상 승점 19), 레알 마드리드(승점 18) 등 숱한 명문 팀들을 제치고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가 연기되는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그라나다가 리그 10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2017시즌 38경기에서 승점 20점에 그치며 강등됐던 그라나다는 올 시즌엔 10경기 만에 20점 고지에 올라섰다. 소셜미디어에서 이 소식을 전하면서 ‘오타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덧붙일 정도로 그라나다의 선두 등극은 깜짝 이변이다.
‘꿈의 동화’를 써나가고 있는 그라나다는 선수단 몸값이 800만파운드(12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중앙 미드필더 라몬 아지즈는 30만유로(약 3억8000만원)에 데려왔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고 있는 앙헬 에레라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임대로 영입했다.
그라나다를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디에고 마르티네스 감독이다. 39세로 라리가 최연소 감독인 마르티네스는 강력한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어냈다.
지난여름에만 그라나다 전체 이적료보다 28배 많은 2억5500만유로(약 3310억원)를 쓴 바르셀로나를 홈에서 2-0으로 잡았고,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선 2-4로 패하긴 했지만 막판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괴롭혔다. 10경기서 무실점으로 지켜낸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끈 데서 그라나다의 팀컬러를 엿볼 수 있다. 그라나다의 기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라나다가 단순한 생존을 넘어 더 큰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