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日 총리, 11월 한일 정상회담 안 할 듯
美의회 트럼프 정부 한일 관계 개입 요구 커져
11월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서 한일 중재·GSOMIA 압박 예상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30일로 한일 관계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빠뜨린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내려진지 1년이 됐다. 사법부의 독자적인 판단이었지만 그 후폭풍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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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상황은 여전히 해소 조짐을 찾기 어렵다. 외교 관계 문제에 사법권이 등장한 이례적인 사안 앞에 우리 정부는 사법권 존중과 판결 이행이라는 입장을, 일본 측은 우리 측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겼다면서 국제법 위반 시정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소송 원고들의 일본 전범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도 다가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담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도 11월 중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전날 "현금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압박에 나섰다. 우리 정부 당국자가 "한국은 한일 정상회담에 언제든 열려 있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일본의 골대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1년간 양국 사이에서는 공방이 이어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일본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제 여론 조성,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우리 해군 함정의 일본 초계기에 대한 공격용 레이더 조사 논란과 일본 초계기 저공비행 논란, 2020 도쿄하계올림픽 욱일기 응원 허용 등 경제ㆍ군사ㆍ환경ㆍ사회 등 각 분야에서 갈등이 속출했다.
물론 정부 간의 해법 모색이 없던 것도 아니다. 양국 외교장관이 거듭 만났고 국장급 협의도 매달 이뤄졌다. 국방장관 만남도 성사됐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갈 길이 여전히 먼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에서 보도된 한일경제협력기금 설립안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확인해줄 수 없다'가 아닌 단정적인 표현이다. 일본에서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여전한 간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일 관계의 변수는 미국이다. 한일 갈등으로 한ㆍ미ㆍ일 관계에까지 불똥이 튀다 보니 이제는 미국도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립주의를 강조하며 동맹 간의 일에도 개입을 꺼렸지만 한일 GSOMIA 종료를 통해 미국의 안보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개입 요구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행사에 한ㆍ미ㆍ일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GSOMIA 종료 이전 한일 관계 중재를 노리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브래드 셔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ㆍ태평양소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다수의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셔먼 위원장도 태국에서 예정된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를 이용해 미국 정부가 한일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도록 촉구했다.
셔먼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한ㆍ미ㆍ일 동맹은 동북아시아 안보의 기반"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공동의 안보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역사가 가로막게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한에 동참한 의원들은 "미국의 동맹국이 포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고위급 지도력이 필요하며 편을 들지 않고 두 동맹국이 서로의 의견 차이를 해소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ㆍ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이달 초 "11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 때 미국이 (한일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일본에 이어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초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즈음해 현 상태의 동결을 뜻하는 '스탠드스틸'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동결에 동의한 우리 정부도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응할지 알 수 없다. 한 외교 당국자는 사견을 전제로 "미국의 중재보다는 한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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