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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 제재 반년…화웨이 '진짜' 위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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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제재 전 확보한 부품 재고 소진…美는 완전 퇴출 추진, 유럽도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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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가전제품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화웨이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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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강도를 더하고 있어서다. 미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 전 쌓아놓은 부품 재고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 타결 임박을 알린 미국 정부는 제재를 완화하기는커녕 자국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유럽 등에서도 화웨이 장비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화웨이는 자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내달이면 바닥나는 재고=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통제 기업으로 지정했다.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보당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구글이나 퀄컴 등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때는 일일이 미 상무부 내 산업안보국(BIS)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거래가 금지된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에 바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화웨이가 제재를 앞두고 엄청난 규모의 재고를 쌓아놓았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화웨이는 당시 제재 가능성이 높은 부품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제재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부품은 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딸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자, 위기를 느낀 화웨이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미국산 부품과 장비를 대거 사들였다는 것이다. 멍 CFO는 아직 귀국하지 못하고 전자발찌를 찬 채 캐나다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제재가 길어지면서 화웨이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 시장분석업체 '모바일 엑스퍼츠(Mobile Experts)'의 조 매든 수석연구원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화웨이가 미 반도체 업체 자일링스로부터 사놓은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가 다음 달이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FPGA는 사용자 용도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통신 장비와 통신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화웨이도 FPGA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성능은 자일링스 제품에 미치지 못한다. 화웨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5세대(G) 통신장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WP는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이후 미 상무부가 국가안보 우려가 없는 제품에 한해 거래를 허용했지만, 화웨이는 여전히 핵심 부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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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영국을 국빈방문할 때 동행한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무언가를 가리키며 시 주석에서 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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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완전 퇴출 추진=미국 정부는 중국과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룬 뒤에도 화웨이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28일 중국 화웨이와 중싱통쉰(中興通訊·ZTE)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안건을 내달 표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미국 통신사는 농촌이나 학교, 도서관 등의 통신망에서 이들 회사 장비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최소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로 추정되는데 미국 정부가 지원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도 화웨이에 대한 경계심은 옅어지지 않았다. 독일 연방정보국의 브루노 칼 국장은 지난 29일 의회 공개증언에서 "중국 공산당과 정보기관에 의존하는 화웨이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가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중국 장비를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민감한 시설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확률은 낮은 것이다.

WP는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 없이 지내야 하는 앞으로 몇 개월이 화웨이가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남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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