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로운 장소 곧 발표… 시 주석과 서명할 것”
지소미아 만료 전 한일 정상 조우도 불발
세바스티안 피녜라(가운데) 칠레 대통령이 30일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칠레 반정부시위 격화로 인한 혼란 수습에 집중하기 위해 내달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를 취소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산티아고=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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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정부가 11월 중순 개최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불과 17일 앞두고 전격 취소하면서 이를 계기로 현안 수습에 나서려던 각국 정상들의 외교 계획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당장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체결 일정에 변동이 불가피해졌고, 한일 정상 간 만남 기회도 불발됐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 격화로 인한 국내 혼란 수습에 집중하기 위해 11월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989년 창설 이후 매년 진행된 APEC 정상회의가 중단 또는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다자회의인 만큼 장소를 변경해 예정대로 개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APEC 사무국의 레베카 파티마 스타 마리아 국장도 이날 트위터에 “회원국의 안전이 최우선 순위”라며 대안에 대한 언급 없이 “2020년 APEC은 말레이시아가 주최한다”고만 알렸다.
당초 칠레에서 만나 양국 간 무역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1단계 합의문에 서명하려던 미국과 중국 정상은 방향을 틀어 별도의 장소에서 양자 회담을 갖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칠레 APEC이 최소된 후, 중국과 미국은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위한 새 장소를 물색하는 데 협력 중”이라며 “새로운 장소는 곧 발표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도 APEC 취소 직후 성명에서 “예정된 시기에 맞춰 중국과 역사적인 1단계 합의를 마무리 짓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미국은 칠레 대체 장소로 알래스카나 하와이 등을 고려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마카오를 제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협상 주도권이 달린 만큼 당분간 회담 장소를 둘러싼 미중의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지만 타결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가 예고된 오는 12월 15일 전까지 합의를 마치고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다. 중국 상무부도 지난달 31일 “양국은 사전 계획대로 협상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양측 대표가 1일 다시 통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매튜 굿맨 선임부회장은 “협상단 대표끼리 1단계 합의를 맺고 정상 간 만남은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칠레 APEC 정상회의 불발로 주요한 연내 한일 관계 개선 계기도 하나 사라졌다. 자연스러운 기회가 아니면 사실상 따로 정상이 회담하는 일정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양국 관계가 틀어진 형편인 데다, 8월 한국 정부가 종료하기로 결정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이 만료되기(11월 22일) 직전 열린다는 점에서 APEC 정상회의는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개최되는 방콕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와 함께 양국 갈등 해소를 위한 핵심 전기(轉機)로 꼽혀 왔다.
그러나 한일 정상회담의 동력이 완전히 소진된 건 아니다. 베이징(北京) 한중일 정상회의가 현재 12월 하순쯤 열리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사실상 확정된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 동원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이르면 연말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양국 정상에게 파국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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