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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하루 500건 처리" 허리 휘는 동남아 비자 담당 영사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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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롯데쇼핑 애비뉴 5층에 들어선 대한민국 비자신청센터(KVAC).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제공


다음달 25~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에 두 달(10~12월)간 비자 수수료 면제 조치를 취하면서 비자 발급 업무가 폭증해서다. 지금까지도 가뜩이나 부족한 인원으로 꾸려온 터라 인력 충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일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현재 비자 담당 영사 두 명이 매일 800건 이상의 비자를 처리하고 있다. 비자 수수료 면제가 시작된 10월 초엔 매일 1,000건 넘게 비자 신청이 접수됐다. 이는 하루 최대 처리 한계로 여겨지던 700건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영사들이야 밤을 새서라도 비자를 발급해주고 싶지만 밑에서 정보 입력, 인쇄, 조회 등을 담당하는 행정원들은 주 52시간 근무를 챙겨줘야 해서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비자 영사 인력 부족은 사실상 고질이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발급한 비자는 지난해 약 16만건으로 2010년(4만건)의 4배지만, 인력은 고작 두 배 늘었다. 대사관 관계자는 “단수비자의 경우 신청일 포함 7일이 넘지 않도록 매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라면서도 “신(新)남방 정책의 사람(People) 상생번영(prosperity) 평화(Peace) ‘3P 공동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인적 교류를 위해 비자 영사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자가 면제된 태국의 경우 현재 불법 체류자가 약 15만명으로 중국 출신 불법 체류자의 두 배가 넘은 압도적 1위”라며 “비자 면제는 신중해야 하고, 현재 대안은 신속한 비자 발급”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사정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비자 처리 한계는 600건인데 매일 1,300건이 접수돼, 700건이 다음날로 넘어가는 식으로 누적되면서 비자가 40일이 넘도록 발급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 그만큼 한국 방문 시점도 늦어지는 것”이라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념 취지가 퇴색할 뿐 아니라 일정 조정 등 관광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우려다.

박재한(59) 재인도네시아한인회장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에 방문하면 비자수수료, 관광 등 많은 수입이 발생하는데, 요즘처럼 초스피드 시대에 비자 발급에 7일이 걸리는 건 모순”이라며 “영사 두 명이 업무 폭주로 너무 고생을 하는 것 같아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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