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내 난소암 검사·진단·수술
아주 작은 갑상샘암 찾아내 치료
재발 잦은 암은 10년 이상 추적
은평성모병원과 함께하는 암 극복 캠페인 ②여성 암
은평성모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이소희 교수가 갑상샘암 수술 시 흉터를 최소화하고 음성 변화를 예방할 수 있는 로봇 수술을 시연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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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갑상샘암·유방암은 대표적인 여성 암이다. 이들 암을 치료할 땐 차별화한 접근이 필요하다. 암 생존율을 높이는 치료법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치료 난도가 높고 놓치기 쉬운 여성 암이 있다. 치료 후 외모 변화나 여성성 상실에 대한 스트레스도 암 환자가 맞닥뜨리는 어려움이다. 은평성모병원 산부인과 이용석 교수는 “여성 암은 의사 한 명이 수술을 잘하는지 여부로 치료가 끝나는 간단한 분야가 아니다”며 “진단·치료 과정의 불필요한 대기를 줄이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0대 여성 김모씨는 배가 부르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있어 지난 6월 은평성모병원을 찾았다. 첫날 내과 초음파검사에서 난소암과 난소암에 따른 복수가 의심됐다. 암 의심환자로 분류된 김씨는 다음 날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흉부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CT) 등의 검사를 받고 난소암 4기로 진단받았다. 암이 간 안쪽과 대장에까지 전이했다. 난소암은 초기에 별 증상이 없어 김씨처럼 암이 퍼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병원에 온 지 3일째 되던 날 김씨는 수술에 들어갔다. 주치의인 이용석 교수는 “산부인과·대장항문외과·간담췌외과 전문의가 수술방에 함께 들어가 난소·대장·간에 발생한 암과 장기를 일부 또는 전부 절제했다”며 “각 장기를 다루는 전문과목 의료진이 신속하게 협진팀을 구성해 수술 완성도를 높여 치료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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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과목 의료진 신속·정확한 협진
김씨는 병원에 내원한 지 3일 만에 검사·진단·수술을 마쳤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암 진단과 치료 계획을 위한 영상 촬영 검사를 받기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 대기해야 한다. 이용석 교수는 “대기 기간이 길어진다고 암 병기가 갑자기 진행하는 건 아니지만 환자는 암 증상 때문에 생활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며 “복수가 있으면 숨이 차고 혈액순환이 안 되면 다리가 부어 걷기 힘든 경우가 있어 빨리 치료에 들어갈수록 스트레스가 줄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갑상샘암이 생존율 높고 순한 여성 암이라 여긴다. 하지만 의외로 정확한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모(34)씨는 갑상샘 초음파에서 7㎜의 혹이 발견됐다. 크기가 작아 세침 검사(바늘로 찔러 세포의 악성 여부를 판단)는 하지 않고 추적 검사를 권유받았다. 대학병원을 찾아 다시 검사를 받은 이씨는 갑상샘의 혹이 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은평성모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이소희 교수는 “1㎝ 미만의 혹이었지만 모양이 좋지 않아 암일 확률이 크다고 생각해 정밀 초음파검사를 했다”며 “경동맥 뒤쪽으로 임파절 전이가 발견됐다. 다행히 암이 더 퍼지기 전에 치료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겨드랑이를 통해 갑상샘과 전이 림프샘을 절제하는 로봇 수술을 받았다. 로봇 수술은 상처를 최소화해 미용적인 면뿐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치료법이다. 이소희 교수는 “갑상샘 주변으로 성대 신경과 기관지·식도가 있어 갑상샘암 수술 후 음성 변화나 삼킬 때 이물감, 감각 저하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로봇 수술은 정상 조직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아 수술 후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난소암·유방암·갑상샘암은 재발이 잘 되는 암에 속한다. 특히 유방암·갑상샘암은 생존율이 높은 만큼 10년 이상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은평성모병원 유방외과 최승혜 교수는 “유방암은 남은 한쪽 유방, 또는 절제하지 않고 보존한 부위에 언제든 암이 재발할 수 있어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장기간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희 교수는 “갑상샘암은 서서히 자라지만 재발도 그만큼 시간이 지난 뒤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며 “재발해도 치료하면 별문제 없이 살 수 있으므로 갑상샘호르몬제를 잘 복용하며 장기적으로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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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갑상샘암 환자는 장기 관찰
여성 암 환자에게는 정서적 지지도 정확한 진단·치료만큼 중요하다. 이용석 교수는 “난소암은 생존율이 떨어지는 암일 뿐 아니라 자궁·난소를 절제해야 해 심리적 고통이 크다”며 “치료가 잘 돼도 불임이나 조기 폐경이 오는 경우가 있어 치료 전반에 걸쳐 환자의 어려움을 듣고 정서적인 면을 보살피는 것이 치료 순응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여성 환자 중에는 본인의 치료에 집중하기보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책임감과 불안함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최승혜 교수는 “여성 암 환자 중에는 ‘아이가 수능 보고 나면 수술하고 입원하겠다’거나 ‘집에 남자밖에 없어서 밥 차려줄 사람이 없다’고 치료를 미루는 분이 꽤 있다”며 “치료에 집중하도록 의지를 북돋는 것도 중요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이소희 교수는 “갑상샘암은 순한 암이라고 해 오히려 정서적 지지를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환자가 느끼는 암에 대한 공포는 갑상샘암이라고 다르지 않고 재발 예방을 위해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므로 주변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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