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부터 대만 정부에 TSMC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압박해 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 주재 대만대사관 측에 "TSMC에서 제작한 반도체가 중국 미사일에 사용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전달해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화웨이 등 민간 업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 뒤로 외국 기업의 핵심 기술과 부품을 군사기술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TSMC가 중국 기업을 상대로 거둬들이는 매출 규모는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총매출의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절반가량이 화웨이로 파악돼 미국 정부의 판매 중단 압박을 대만 정부와 TSMC가 실제 수용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현실 인식 때문인지 미국은 TSMC를 상대로 대중국 매출이 감소하는 부분을 미국 국방부용 반도체 공급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당근'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수출제한 목록에 올리고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최근까지 제한 조치를 갱신하며 일부 품목에 한해 판매를 허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 정부가 대만에 이어 한국에도 화웨이와 거래 중단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실화한다고 해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화웨이의 이미지센서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상당량을 주문받아 생산·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화웨이에 대한 거래 비중이 파운드리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이미지센서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화웨이와 비메모리 거래는 사실상 없다. 다만 미국 정부 압박이 메모리 반도체로 확대되면 국내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웨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은 10% 수준, SK하이닉스가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삼성전자는 중국 내 다른 종합형 고객인 샤오미·오포·비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5G가 본격화됨에 따라 대응해야 할 다른 수요처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재철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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