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승려 화가 민규가 제작했으나 1950~60년대 미국으로 유출됐다가 최근 고국으로 돌아온 불화 ‘범어사 신중도’. 조계종총무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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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유출됐던 19세기 말의 불화 ‘신중도(神衆圖)’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891년 승려화가 민규가 제작한 ‘범어사 신중도’를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술품 경매에서 최근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왔다”며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개했다.
신중도는 불법과 사찰 수호, 불사의 원만한 성취 등을 기원하며 여러 신의 모습을 그린 불화로 법당의 좌우측에 주로 봉안된다.
이번에 귀환한 범어사 신중도는 가로 144.8㎝, 세로 146.1㎝크기로 비단 바탕에 채색을 했다. 불화의 아래 쪽에는 제작 경위 등을 적은 화기(畵記)가 남아 있다. 조계종 측은 “화기와 기존 신중도 등을 비교·검토한 결과 범어사 신중도는 화승 민규가 1891년 제작했고,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어사 신중도’ 화폭에는 불화의 제작 경위 등을 적은 기록(화기)이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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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관계자는 “범어사 신중도는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구도에 표현 기법도 우수하다”며 “이같은 신중도와 유사한 형식·도상의 불화가 19세기에 성행했는데, 전해지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아 당대 불화 연구에 좋은 자료”라고 밝혔다. 이어 “이 신중도는 범어사 성보박물관에 있는 1891년 작품 ‘범어사 칠성도’와 화풍이 유사한데다 제작시기도 같다”며 “1892년 제작된 ‘청곡사 시왕도’를 그리기도 한 민규는 당대 승려화가 완호낙현의 초기 법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범어사 신중도의 귀환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9월 불화가 미국 경매에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 조계종이 지난달 6일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아 이뤄졌다. 미국인 소장자는 부모에게 그림을 물려받았다고 밝혔다. 범어사 신중도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60년대 혼란기에 미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날 “사부대중의 지대한 원력으로 민생의 간절한 발원이 깃든 성보인 범어사 신중도를 다시 청정도량에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사찰을 떠난 우리 불교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했던 정진의 조그마한 결실”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범어사 신중도를 7일 원래 자리인 범어사로 옮겨 봉안하기로 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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