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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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들의 한ㆍ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관련 발언이 묘하게 바뀌면서 22일 자정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기류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일 “안보에 도움되면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소미아의 효용 가치가 없다”던 그간 발언과는 다른 맥락이다. 같은 날 서훈 국정원장도 국정감사에서 “지소미아 복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일본 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현 단계에서는 예정대로 지소미아를 끝낸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나 서 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 장관의 경우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서 원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청와대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태국 방콕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1분간 환담’으로 양국 간 꽉 막힌 논의 흐름이 바뀔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여긴다. 그간 물밑 협상에서 양측이 같은 말만 되풀이하면서 진척이 없었지만, 다른 분위기 속에서 논의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태국 방콕에서 귀국하기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성과가 없었던 물밑 협상에 동력이 될 수는 있다”며 “공개적, 형식적으로 나타나는 것 외에 양국 간 협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두 장관의 지소미아 관련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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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22일 지소미아 종료라는 원칙 속 대화 모멘텀 마련’이라는 것인데 여기엔 한국 정부의 복잡한 속내가 담겨 있다.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회심의 카드로 지소미아 연장 철회를 꺼내 들었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이를 접기엔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소미아 철회를 잘했다는 응답자가 많은 상황이다. 원칙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압박이 점차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ㆍ미 동맹 균열 우려를 안고 가면서까지 마냥 끌고 갈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당장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 미국 당국자들이 “지소미아 문제를 포함한 한ㆍ일 대립의 장기화가 한ㆍ미ㆍ일 연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가자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는 배경이다.
정부로서는 ‘일본 나름의 성의 표시 → 지소미아 연장 →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시나리오가 이상적이지만, 일본 정부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작다는 게 문제다. ‘11분간의 환담’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 언론들은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ㆍ일이 대화 가능한 관계라는 것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마이니치) 등으로 깎아내리는 상황이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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