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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전시장 안 거미줄의 주인은 거미일까 작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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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展

생명과학-열역학 등 최신기술 활용… 대규모 설치작품으로 관객에 어필

동아일보

설치 작품 ‘아라크네, 우주먼지, 숨쉬는 앙상블이 함께하는 아라크노 콘서트’(2016년). 갤러리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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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출신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46)의 작품 ‘하이브리드 건축물’은 거미가 주인공이다. 여러 종의 거미 2, 3마리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8주에 걸쳐 만든 거미줄이 결합돼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됐다. 또 다른 설치 작품 ‘아라크노 콘서트’에서는 거미가 일으키는 진동이 스피커로 울려 퍼지면서 어두운 전시장 속 먼지와 공명한다. 관객은 숨죽인 채 이 광경을 지켜본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사라세노의 개인전이 개막했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라세노는 10여 년간 거미와 협력자로 일했다. 그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국가관 가운데 ‘거미/줄’관을 세워 거미줄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어릴 적 오래된 집 다락방에 가득한 거미를 보고 ‘우리 집 주인은 거미일까 나일까’ 공상하던 소년은 거미의 시선에서 세계를 바라보려 시도한다.

사라세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대형 설치작품을 통해서다. 2008년 선보인 ‘Galaxies Forming Along Filaments’는 거미줄에서 영감을 얻어 인류의 새로운 주거 형태를 고민했다. 좁은 땅에 밀집한 도시의 주거를 벗어나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경계 없이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을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제안했다.

이번 개인전의 전시장 지하에서 만나는 ‘서울/클라우드 시티즈’는 이렇게 작가가 꿈꾸었던 ‘구름 도시’ 모습을 서울에 결합했다.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였던 대규모 ‘구름 도시’는 관객이 직접 거미가 된 듯 투명한 구 형태의 공간을 오갈 수 있어 인기였다. 서울은 이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생명과학이나 열역학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관객을 매혹하는 방식은 덴마크 출신 예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이나 영국 기반 그룹 랜덤인터내셔널을 떠올리게 한다. 몰입에 가까운 경험과 사진을 찍고 싶은 비주얼도 이러한 경향과 맞물린다. 이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예술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라는 화두로 지켜보기에 흥미로운 작가다. 12월 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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