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까지 학고재갤러리 개인전 '얇은 땅 위에'
작품 '얇은 땅 위에' 앞에 선 노원희 작가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노원희(71)는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 중심이었던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한 민중미술가다.
삶과 예술은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작가는 40여년간 비판적인 시선으로 캔버스에 세상을 담아왔다.
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노원희 개인전 '얇은 땅 위에'가 열린다.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36점을 선보인다.
어느덧 70대에 접어든 작가가 보는 우리 사회 현실은 여전히 불안하고 위태롭다.
본관에 전시된 최근작은 근래 일어난 사건과 이를 겪은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한 회화다.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작가의 무거운 마음을 드러내듯 어두운 색채로 세상사를 기록했다.
이번 전시 제목이기도 한 작품 '얇은 땅 위에' 중앙에는 거대한 벽이 있다. 바닥에는 한 무리 사람들이 절을 하듯 무릎 꿇고 납작 엎드려 있다. 한쪽 땅바닥은 커다란 얼음 구멍처럼 뻥 뚫려있다.
작가가 현대중공업 노조 시위자들의 모습을 보고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여름 뜨거운 바닥에서 3보 1배를 하던 노동자 행렬을 보고 나서 참담한 느낌을 표현했다"며 "이 나이가 돼서도 현실은 너무 얇고 불안해 보인다"고 말했다.
'광장의 사람들'은 광화문 촛불집회를 소재로 했다. 그림 배경은 많은 사람 이름으로 빼곡하다. 세월호 희생자, 삼성반도체 산재 희생자를 비롯해 주변 인물까지 작가가 보고들은 이름들이다.
작가는 "하나의 글자로서가 아니라 한명 한명의 일생을 생각하면서 이름을 넣었다"고 말했다.
'기념비 자리2'는 불평등한 산업 구조와 노동 착취에 대한 저항 의식을 담았다. 그림 한가운데 검은 탑은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송전탑 고공농성을 떠올리게 한다.
노원희의 그림은 직설적으로 저항의 메시지를 쏟아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삶과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강렬하다. 기존 원근 구조를 무너뜨리고 여러 겹으로 배치된 사람과 사물이 초현실적인 효과를 더하며 여운을 남긴다.
학고재에서는 1991년 이후 28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구작들도 10년 이상 전시되지 않은 작품들이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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