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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폐지, 다음은 서울대?…문 대통령 공약한 ‘국공립대 통합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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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대학 평준화를 이룬다는 국공립대학 통합에 반대합니다.”

정부·여당이 시행령을 고쳐 2025년을 목표로 전국의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한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건 ‘국공립대 통합론’이 주목받고 있다.

‘고교 서열화’를 이유로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 고교 서열화의 원인은 사실상 ‘대학 서열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탓이다.

국공립대 통합을 주장하는 측은 서울대로 대표되는 국립대를 통합해 대학서열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국공립대 통합의 핵심이 될 서울대 내부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속속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2017년 “서울대를 기점으로 서열화…국공립대 통합해야”

‘국공립대 통합론’이 솔솔 나오는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공약을 내건 탓이다. 서울대 등 전국 국공립대학교를 통합해 ‘대학 서열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학 서열화를 깨기 위한 대안으로 “국공립대학부터 공동입학·공동학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자. 연합대학이라고 표현해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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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교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자신의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근본적으로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전문분야로 재편돼야 하고, 일종의 대학평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판 간담회에서도 “대학 서열화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건 우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대학이 서울대부터 해서 쭉 서열화되니까 모든 학생은 서열이 높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사교육을 비롯한 엄청난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공립대학부터 공동입학·공동학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자. 연합대학이라고 표현해도 좋다”며 “그러면 함께 입학하고 공통된 커리큘럼 속에서 여러 캠퍼스를 오가면서 과목별로 각각 다른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고, 대학교수도 여러 캠퍼스를 다니면서 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누리집에 올린 ‘최종 공약집’에도 이 안을 넣었다. 그는 그해 4월 목포대학교를 방문해 강연회를 갖고 대학 서열화 철폐가 교육문제 해결의 근본 방안임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도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진보 진영 “자사고 폐지 환영…이제 국공립대 통합 해야”

진보 측은 정부가 고교 서열화를 이유로 자사고 등을 폐지하기로 하자 이번엔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 국공립대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교 서열화의 주범은 사실상 서울대를 기점으로 한 대학 서열화란 것이다.

광주 교육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8일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모임은 “자사고 등은 설립 취지와 달리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경제적 능력에 따라 학생들을 줄 세웠다”며 “한국 교육 황폐화의 주범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젠 정부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공립대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정책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대학서열 해소 어떻게 하나’ 토론회에서도 국공립대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지방 거점 국립대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네트워크에 속한 대학이 유수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각 학교별로 강점이 있는 단과대나 학과를 묶는 구조조정을 통해 각 학교가 특성화된 학문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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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을바꾸는새힘과 함께 '대학서열 해소 어떻게 하나' 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뉴스1


국공립대 통합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9월 올라온 ‘국공립대 통합을 청원합니다!’란 청원은 한 달동안 2000명 가량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은 “대학 서열화와 입시 경쟁으로 요약된 현재의 교육제도는 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명문대 졸업으로 추인되고 계급을 대물림하게 했다”며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40개 국공립대학을 통합해 학생을 선발하고 추첨에 의해 캠퍼스를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공립대 통합 모델은 프랑스…서울대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

국공립대 통합 모델은 프랑스다. 프랑스는 1971년부터 파리의 소르본 대학 등 대학들을 통합했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학생들은 전국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파리엔 1대학(법학·역사학·철학)에서 13대학(법학·경제학·문예학·의학)까지 13개 대학이 있다. 만약 국공립대 통합이 이뤄진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프랑스에서도 통합 이후 대학 서열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립행정학교 등 엘리트 양성기관인 ‘그랑제콜’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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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통합의 핵심이 될 서울대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선 현 정부가 자사고 폐지 이후엔 국공립대를 통합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반대한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온다.

이용자 A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공립대 통합에 반대한다”며 “교육관련 분야 경험도 전무하고 국공립대 출신자도 아닌 상황에서 그가 제안하는 정책은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도 “고등교육을 하향시키면서도 본인들의 자식들은 편법으로 의대와 해외 명문대에 입학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C씨도 “서울대를 통합한다고 (대학 서열화) 개혁이 되느냐”며 “연세대와 고려대를 중심으로 서열화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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