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앞에 선 정봉숙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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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잡으려던 저를 번번이 무너뜨린 것도, 다시 붓을 잡게 한 것도 어머니였어요.”
‘효녀 화가’로 불리는 서양화가 정봉숙 씨(59)의 ‘이순(耳順)을 넘어’전이 대전 유성구 갤러리고트빈(대전방송 1층)에서 6일 개막됐다. 이 전시회는 18일까지 열린 뒤 다시 충남 부여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 19~22일 동안 이어진다.
그는 한남대 학부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뒤 목원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1988년 유학길에 오르려 했다.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그는 꿈을 접어야 했다. 고향인 부여로 내려와 병수발에 매달렸지만 회복되는 듯 했던 어머니는 다시 쓰러졌고 2014년 병환이 또 다시 도져 세상을 떠났다.
정 작가는 어머니를 떠나보내 슬픔을 잊기 위해 미친 듯이 그림에 매달렸다. “화산이 터진 듯한 느낌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매년 300~500호의 대형 그림을 포함해 50여점 씩 쏟아냈다. 인물과 인체를 소재로 한 그의 그림들은 동화 세계를 보는 듯하다. 매년 서동연꽃축제를 여는 부여군의 초대전에 참여한 뒤 연꽃도 그의 주요 그림 소재가 됐다.
정 작가는 부여에서 내놓으라 하는 그림 선생이다. 어머니 병수발 하는 동안 자신의 그림은 제대로 그리지 못했지만 주변의 어린이와 어머니들을 지도했기 때문이다. 그가 제자들의 그림을 모아 열어온 1년 6개월만에 한번씩 여는 전시회는 지역 최대의 미술전람회로 떠올랐다. 제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서 정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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