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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책의 향기]미술은 어렵다? 해설서 덮고 네 멋대로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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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오시안 워드 지음·이선주 옮김/280쪽·1만6000원·RHK

동아일보

19세기 작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가 그린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RH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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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너무 어렵고 아는 게 없어서….”

어쩌면 미술 기자가 미술계 외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흔히 듣는 말인지도 모른다. 기자가 “그림은 오디오 가이드도, 설명서도 없이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좋다”고 대답하면 대화는 끊기기 십상이다. 초심자들은 미술을 알기 위해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렵다’는 편견 아래 미술은 고급스러운, 한가한, 사치스러운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되곤 했다.

이런 오해에는 기존의 미술사 서술도 한몫했다. ‘명작’이나 ‘천재성’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작품의 시각언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숨겼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과거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 언어를 배우기 전부터 연마했던 기술이다. 다만 어른이 되어 갖게 된 편견과 지식이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국제적 미술기관들이 미술사 다시 보기를 외치며 컬렉션을 재정비하고, 특정 개념이나 사조의 언급을 지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5월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보는 방법’의 구체적 정리를 시도했다. “예술 작품은 선입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봐야 한다”거나 “유명 작가에게 붙은 ‘천재’라는 딱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에서부터 신뢰가 생긴다. 몇몇 예술 교양서가 예술 작품에 얽힌 사변적 에피소드로 허황된 판타지를 부추기는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20세기 이전 고전미술 작품의 감상법이다. 총 10개로 이뤄진 각 단계의 앞 글자를 따 ‘TABULA RASA’라고 이름 붙였다. 앞의 여섯 단계는 시간(Time), 관계(Association), 배경(Background), 이해하기(Understand), 다시 보기(Look Again), 평가하기(Asses). 뒤의 4단계는 각각 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 분위기(Atmosphere)다. 이는 기교에 관한 것으로 고전미술에만 국한된다. 현대미술은 손으로 그리는 기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기준을 도구로 활용해 20세기 이전의 유명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다만 각 작품에 관한 설명은 최소화했고 풍부한 도판을 함께 실었다.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기보다 보는 사람에게 다양한 해석을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접근 방식은 결국 ‘명작’은 박제된 보물이 아니라, 나와 다른 시대와 장소에 살았던 사람을 이해하는 창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세계 미술사가 인권의 확장을 기준으로 재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춰 서양 미술을 알고 싶은 초심자라면 이 책을 가이드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원제는 ‘Look Again: How to Experience Old Masters’.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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