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는 5년 전인 2014년 시작됐다. 그해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데 대한 응징 성격이었다.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금융 기업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제재의 직접적인 타깃이었지만, 효과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특히 서구 자본의 대 러시아 투자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제재가 시작된 2014년 한 해에만 러시아를 빠져나간 투자금이 400억달러(약 44조원)에 달했다.
경제 제재 이후 신흥시장의 대표주자였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한 축이었던 러시아 경제는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 경제 규모는 2013년 말 예상했던 규모보다 약 10%(약 173조5000억원) 덜 성장했다. 그중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충격을 제외해도, 대러 제재 때문에 100조원 넘는 타격이 러시아에 가해진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기준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은 러시아 경제 주체(기업이나 개인)의 수는 491개였다. 이란(335개)이나 중국(146개)보다 많았다. 반면, 러시아 경제가 제재에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는 4600억달러(약 532조원)로 2014년 수준을 회복했다. 금 보유량은 800억달러(약 92조원)어치로, 제재 이전의 2배로 증가했다. 실업률(4.74%)은 소련 해체 이후 최저치고, 제재 직후 한때 16%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도 지난 10월 3.8% 수준으로 안정됐다.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는 한·러 경제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러시아 기업을 상대할 때는 해당 기업의 영역이 제재 대상(에너지·금융·군수 등)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스크바=권순완 특파원(s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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