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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여파로 안정성을 높인 ELS(파생결합증권)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과거 시장이 불안했을 때 유행하던 리자드 구조 상품이나 ELB·DLB(파생결합사채)가 다시 뜨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9월부터 리자드 스텝다운형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특판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이날에도 20억 규모의 리자드형 '유진투자증권 제315회 ELS'를 모집했다. 독일 DLF 사태 여파로 ELS, DLS를 찾는 이가 전체적으로 급감한 가운데서도 벌써 7회차까지 출시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1~5회차까지 모집액도 약 40억원으로 양호한 성적을 냈다.
리자드 ELS는 하락장이 펼쳐질 경우 정해놓은 수익을 얻지 못해도 바로 정산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위기 상황에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Lizard)에 빗대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일반 ELS보다는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지닌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 상품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ELS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은행에서 DLF 사태 이후 상품 안정성을 챙기기 때문에 리자드 구조가 더 선호되고 있다"며 "증권사들도 리자드 구조가 아닌 상품은 요새 잘 내놓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도 조기상환 기회를 높인 리자드 ELS를 줄줄이 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익상환 가능성을 높인 '부메랑' ELS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해 원금 손실 위험 구간에 도달한 경우 잔여 상환배리어를 낮춰 상환 가능성을 높인 상품이다.
파생결합채권인 ELB, DLB 출시도 늘고 있다. 이들 상품은 ELS와 비슷한 구조지만 대부분이 채권에 투자돼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대신 수익률은 ELS보다 낮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9월말 퇴직연금 전용으로 선보인 '정해진 구간 ELB'가 출시 한달여 만에 발행액이 8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신한투자와 DB금융투자도 이달 각각 CD91일물 금리와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B와 ELB를 출시하기도 했다.
독일 DLF에서 원금 100% 손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파생상품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안정성을 보강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투자자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까지 ELS·DLS가 우호적인 증시 환경을 바탕으로 조기상환되면서 증권사에 쏠쏠한 수익을 안겨줬던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리자드 구조의 ELS나 ELB·DLB 출시가 늘어난 것은 지난 2015~2016년 홍콩 증시 급락 이후 3년여만이다. 당시 홍콩 증시 급락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시장 전반이 침체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ELS·DLS 발행액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간 ELS 발행액은 4조9000억원(외화포함)에 그쳤다. DLF 사태 전인 지난 7월 7조2100억원 규모에서 30% 이상 줄었다. 특히 DLS는 2조원에서 1조원으로 반토막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중 무역분쟁도 진행 중이고 대내외적인 불안요소가 많아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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