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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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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터키 '마이웨이'에 부글부글…더 멀어진 EU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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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IS 포로 송환 통보에, 터키 내 '난민' 무기로 협박…EU는 15년째 끌어온 터키 가입 논의 잠정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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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기와 유럽연합(EU) 상징기/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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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터키의 좌충우돌 행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터키는 EU 국가 출신 이슬람국가(IS) 포로를 송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EU가 터키의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 침공을 비난하자 ”시리아 난민을 풀어버리겠다“고도 협박했다.

11일(현지시간) 터키 내무부는 독일과 덴마크 출신 IS 포로 각각 1명을 본국으로 송환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마르 차탁르 터키 내무부 대변인은 ”14일 독일 국적 7명, 프랑스 국적 11명 등 유럽국가 출신 포로들을 계속 송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터키에 따르면 외국 국적 포로 약 1200명이 터키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터키의 이런 일방적인 조치에 유럽국가들은 반발하면서도, 당장 포로 귀환에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독일 정부는 귀환 포로들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이 도착하자마자 진행할 법적 조치를 부랴부랴 마련 중이다. 한편 영국과 네덜란드 등은 자국 출신 IS 포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이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터키에 맞대응하고 있다. 소피아 콜러 독일 외교관계위원회(DGAP) 분석가는 도이치벨레(DW)에 ”독일과 EU 국가들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유럽은 먼저 행동하지 못하고 터키 행동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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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현지시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공화국 인근 해안에 터키 시추선이 정박해 있고 그 옆으로 터키 해군 함정이 나란히 떠있다/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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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터키의 갈등은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지난달 터키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 침공했을 때 EU 주요국 외무부가 터키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자, 터키는 ”난민 360만 명을 유럽에 풀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가뜩이나 이민자·난민 문제로 유럽 각국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하는 상황이라 불안은 크다. 특히 독일은 서방국가 중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로, 터키-쿠르드 갈등이 심화하면 쿠르드 난민이 대거 유입할 거란 우려가 컸다.

이는 EU 회원국이 터키를 밀어내는 근거가 됐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터키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묶여있다. 그러나 나토 유럽 회원국들 사이에서 터키를 퇴출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DW 설문에 따르면 독일 시민 절반 이상(58%)이 "나토에서 터키를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터키가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로부터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을 들여오는 등 ‘나토 안보’에 해를 입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이 15년 째 이어오고 있는 터키의 ‘EU 가입’ 협상도 올 3월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터키 정부의 인권 탄압과 법치 훼손을 이유로 유럽의회가 ‘논의 중단’을 결의했다. 터키는 ”합리적 판단을 하라“고 반발하면서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공화국 인근 해안에서 천연가스를 계속해서 무단 시추하는 등 EU의 반감을 키웠다. 이에 11일 EU 외무장관들은 터키의 불법 시추 활동과 관련한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EU 여행 금지, 자산 동결 등 제재하는 안을 채택했다.

‘키프로스’를 둘러싼 문제는 EU-터키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키프로스는 EU에 가입한 공화국 정부와 터키가 무력 침공해 영향력을 장악한 북부 미승인 정부로 분단된 나라다. 키프로스공화국은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2004년 일찍이 EU에 가입한 뒤 터키 가입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유럽이 터키를 상대로 'EU 가입' 카드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어도, 나토 퇴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중동과 유럽의 경계에서 대러시아·대테러세력 방어의 요충지 역할을 한다. 터키에는 50개가 넘는 미군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에는 미군이 2500명 주둔하고 있다. 터키 자체만도 군 병력 43만5000여 명을 보유하고 있어 나토 내에서 미군 다음으로 병력이 많다. 또 중동 난민이 곧바로 유럽으로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유럽-터키' 관계를 아예 잘라버리기는 힘들 전망이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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