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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남편은 수석·장관, 가족은 일상적 불법, 정권의 亂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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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씨를 14개 범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적용된 죄명은 14개이지만 불법행위는 수백 건에 달한다. 거의 일상적으로 법을 어겼다는 뜻이다. 정씨는 특히 남편이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으로 있을 때 무려 790차례나 차명 주식 투자 등 불법 금융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이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동생과 단골 헤어디자이너, 페이스북 친구 명의로 6개 증권·선물 계좌를 만들어 차명 거래를 하고 그 과정에서 2억8000여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공직자 아내가 아니라 주식 작전 세력이었다. 심지어 검찰이 대대적 압수 수색을 벌인 날도 차명 거래를 했다.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씨를 한사코 싸고돈 대통령을 믿고 그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씨 딸 입시 스펙 위조도 11건 공소장에 포함됐다. 선인장을 키우고 수초에 물을 준 것이 대학 인턴 활동으로 둔갑했고, KIST에 사흘 얼굴만 비쳐놓고 3주간 인턴을 했다고 증명서를 위조했다. 딸을 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올려준 의대 교수에게 보답한다면서 교수 아들 인턴증명서도 조작했다. 영화에나 나오는 수법으로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고 호텔 인턴 실습 증명서까지 허위로 만들었다고 한다. 딸이 하지도 않은 연구원을 했다며 교육청 보조금을 타낸 뒤 딸에게 주기도 했다. 조씨와 딸 역시 이 일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도대체 이 가족에게 조작 아닌 것이 있기는 있나 싶을 정도다.

이 정권 출범 이후 미공개 정보로 주식 대박을 터뜨린 변호사, 35억원을 주식 투자에 올인하다시피한 판사가 헌법재판관에 지명됐다. 자신도 위장 전입을 해놓고 위장 전입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람이 대법관이 됐고, 3주택자이면서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는 사람은 국토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 위법이거나 위법이 아니더라도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그런데 그 인사 검증을 담당한 민정수석과 그 가족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고 실제 아무렇지도 않게 법을 어긴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조씨는 아내가 기소되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고 미리 방어막을 쳤다. 그러나 조씨가 송금한 돈으로 정씨가 차명 주식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만들어달라고 한 '조국 펀드' 운용보고서는 위조된 것이었다. 차명투자와 그 수익을 숨긴 조씨의 공직자 재산신고도 이미 허위로 판명 났다.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딸이 받은 인턴증명서 역시 조작이고 웅동학원에 개입한 적 없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가족과 연관된 불법 대부분이 '조국'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남 얘기하듯 하며 '나는 모른다' '기억 안 난다'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검찰이 끝까지 수사해 파렴치와 위선 행태를 다 밝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씨가 기소된 날 임기 전반기를 평가하면서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全)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고 했다. 불법이 일상화된 가족에게서 법무장관을 배출하도록 해준 대통령에게는 '정의와 공정'의 낱말 뜻이 다른가. 희대의 파렴치 위선자를 다른 자리도 아닌 법무장관으로 기어이 임명해 '정의'와 '공정'을 무너뜨려 놓고선 '정의 확산'을 자랑한다. 정권의 총체적 난장(亂場)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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