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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건강] "이~ 해보세요"…한쪽입술 아래로 처지면 뇌졸중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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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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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은 환절기에 해당하는 11월부터 그다음 해 3~4월까지 발병률이 높다. 기온 변화에 예민한 혈관이 추위에 수축되면서 터지거나 막혀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뇌졸중으로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는 약 60만명에 달한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 4위도 뇌졸중이 차지했다. 뇌졸중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흡연, 과음 등과 같은 뇌졸중 위험 요인을 조절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이다. 육식 중심의 식습관도 뇌졸중 발생률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사망에까지 이르진 않더라도 반신마비나 언어장애가 찾아와 평생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며 "뇌졸중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뇌출혈에는 내뇌출혈·지주막하출혈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면 '뇌경색'이고, 혈관이 터져서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로 분류된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한다.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는 출혈성 뇌졸중은 20% 정도 된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당뇨나 고혈압으로 혈관 벽 내부에 지방 성분과 염증세포가 쌓여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상태)가 주로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뇌출혈에는 고혈압에 의해 손상된 뇌혈관이 파열되는 '뇌내출혈'과 뇌혈관에 생긴 꽈리 모양의 동맥류가 터져 생기는 '지주막하 출혈'등이 있다.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기 쉽다. 정상인보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5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비교적 젊은 사람이어도 고혈압이 심하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혈압이 높으면 혈액이 혈관을 지날 때마다 혈관 벽에 계속 압력이 가해진다. 혈관 벽이 망가지면 혈관 속을 지나다니는 지방질이나 불순물이 혈관 벽 안으로 들어온다. 콜레스테롤 지방질과 찌꺼기도 쌓인다. 지방질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해진다. 이것이 동맥경화다. 동맥이 딱딱해진다는 의미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잠깐 쉬어 간다. 빠르게 지나갈 수 없어 혈액 속 혈소판 등에 찌꺼기가 붙고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긴다. 이 혈전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별문제 없지만 떨어져서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온다. 결국 산소 공급이 안 되어 뇌 손상이 진행된다.

동맥경화 외에 심방세동(심방근이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 판막증(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 등 심장질환도 뇌졸중의 심각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심장질환이 있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50대 4배 △60대 2.6배 △70대 3.3배 △80대 4.5배로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뇌졸중 원인 동맥경화는 이르면 30대부터

뇌졸중은 55세 이후로 발병률이 높아진다. 열 살이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은 약 2배씩 증가한다. 즉 60세에 비해 70세는 약 2배, 80세는 4배 정도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뇌졸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60만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0대와 70대 환자는 전체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많았다. 이처럼 통계상으로 보면 뇌졸중은 고령에서 더 주의해야 하는 게 맞는다. 그렇다고 해서 젊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지난해 50대 환자는 6만여 명, 40대 환자도 2만여 명에 달했다. 뇌졸중은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하지만, 인체를 해부해보면 뇌졸중의 주요 원인인 동맥경화증은 이미 30·40대부터 발견되기 시작한다. 동맥경화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혈관이 막히는 과정이 서서히 이뤄지는 것인데, 환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뇌졸중 전조증상은 동맥 직경이 정상보다 50% 이상 좁아지고 나서야 나타난다.

뇌졸중 증세가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년 혹은 수십 년 전부터 원인 질환이 심해져 나타난 결과다. 만약 55세에 뇌졸중이 발병했으면 그 원인은 30대부터 진행된 동맥경화증일 수 있다는 의미다.

◆ 뇌졸중 증상과 식별 방법 미리 알아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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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 발전으로 뇌졸중도 발병 직후 3시간 안에는 치료가 가능하다. 그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 손상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 골든타임이 지나 병원을 찾는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환자 상태는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를 미리 식별해 조기에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마지노선인 3시간 이내에 응급실로 온 국내 뇌졸중 환자는 약 42%로, 전체 환자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뇌졸중 발병 후 1시간 내에 치료를 받은 환자는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6시간이 경과한 이후에야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전체의 44%로 가장 많았다. 응급실 도착까지 시간 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평소 뇌졸중 증상을 잘 몰라 이상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점이 크다.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단순 두통으로 생각하기 쉽고, 어지럽고 저린 느낌을 피로와 영양 섭취 부족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의심 땐 구급대원 조치에 따라 신속 이송을

뇌졸중이란 의심이 들면 바로 119에 전화하고 구급대원의 조치에 따라 병원으로 신속히 이동한다. 타인이 뇌졸중 환자를 식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신시네티 병원 전 뇌졸중 척도(Cincinnati Prehospital Stroke Scale: CPSS)'가 있다. 이 방법은 일반인들도 세 단계를 거쳐 뇌졸중 환자를 식별할 수 있게 도와준다. 1단계는 환자에게 "이~해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웃게 한다. 이때 한쪽 입술이 밑으로 처지면 뇌졸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2단계는 '눈 감고 앞으로 나란히' 동작을 했을 때 한쪽 팔이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축 처지는지 살펴본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발음하기 힘든 문장(예: 저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을 따라해 보게 한다. 세 단계 중 하나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뇌졸중일 확률이 70%라고 한다.

◆ 혈관 건강 챙기기! 예방 수칙을 지켜라

뇌졸중은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별다른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흡연을 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등 안 좋은 습관으로 혈관 건강을 해친다.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인 동맥경화성 뇌경색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결과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지속적인 언어장애, 기능 마비 등 많은 문제를 겪는다. 살아남은 3명 중 1명은 영원히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순억 교수는 "뇌졸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15년 정도 더 살 수 있는데 뇌졸중으로 기대수명이 4~5년 정도 짧아진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반드시 금연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혈관 건강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질환이 생겨 고통받는 것보다 질환의 무서움을 알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 현명한 삶이다.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뇌졸중 환자가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

뇌졸중 환자는 회복기 때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섭취해줘야 한다. 만약 고기를 먹지 않으면 탄수화물밖에 없는데, 밥과 빵처럼 탄수화물 위주로 구성된 식단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이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급증한다. 공복 기간이 길어지면 혈당이 급격히 감소하고, 그 결과 오히려 음식을 찾게 되기 때문에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과도한 식사로 비만이 되는 것은 뇌졸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안 먹는 것보다 더 예후가 안 좋다. 혹시나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라면 지방질이 많은 부분만 제거하고 고기류를 섭취하면 된다.

◆ 뇌혈관 손상돼 재발 확률 높아

한 번 뇌졸중에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재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뇌혈관이 이미 손상된 상태라 재발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따라서 뇌혈관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고 손상된 혈관에 핏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처방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약물 복용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약 복용과 함께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위험인자를 철저히 조절하고,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겸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게 훨씬 중요하다. 뇌출혈 환자라면 뇌경색보다 재발률이 더 낮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뇌출혈은 대부분 고혈압이 원인이므로 평소 고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한 번 뇌졸중을 겪었다면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한다.

◆ 아스피린 복용이 뇌졸중 예방에 도움되나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구들이 혈관 벽에 뭉치는 현상인 혈전이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혈전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소판을 억제하면 혈전 형성이 예방돼 뇌졸중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혈전 형성은 혈관벽이 손상돼 출혈이 발생할 때 출혈 악화를 막아주는 아주 정상적이고 중요한 생리현상이다. 혈소판이 감소된 환자들에게서는 잦은 출혈로 인해 생명이 위독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위장장애를 잘 유발해 위장관 출혈 가능성을 높인다.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정기 혈액검사를 통해 출혈 위험을 높이는 간질환 발생 및 악화 여부, 빈혈 발생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항혈소판제를 사용할 때는 혈전 형성을 억제해 얻어지는 뇌졸중 예방 효과(이득)와 출혈 위험성 증가(손실)를 판단해야 한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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