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보 아들 현대차 정규직 전환… 비리 의혹 불거지자 선거판 시끌
일부 후보들은 홍보 포스터에 아예 자녀들 뭐하는지 공개까지
조합원 5만여명을 거느린 민주노총 산하 최대 기업별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후보자 자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후보는 선거 홍보물에 자신의 아들딸이 현재 뭘 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 사이에서 이른바 '고용세습'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 선거에는 노조위원장, 수석부위원장 1명, 부위원장 3명, 사무국장 1명 등 6명이 한 후보조로 나온다. 13일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4개 후보조가 입후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 후보조의 선거 포스터엔 '비리 앞에 당당하다' '취업 비리 끝까지 파헤친다'는 문구를 넣고, 아예 후보 6명의 얼굴과 이름 밑에 몇남 몇녀를 두고 있고 이들이 뭘 하는지도 기재했다. 위원장 후보는 아들이 대학 1학년, 딸이 대학 3학년이라고 했다. 한 부위원장 후보는 큰아들은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작은아들은 방송기획사 영상팀에서 일한다고 했다. 사무국장 후보는 '자녀 없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후보조는 홍보 동영상에 '반칙과 특권 없는 노동조합 실현'이란 문구를 넣었다.
이는 위원장 후보 중 한 명의 아들 채용 비리 의혹을 꺼내기 위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비정규직이었던 이 후보의 아들이 현대차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 현대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던 후보가 힘을 썼을 것이란 의혹이다. 현대차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불법 파견 문제 등에 휩싸이자 노사 합의로 2012년부터 비정규직 근로자 78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의혹이 퍼지자 현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지난 5일 "(취업 청탁 비리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면 조사해 현장에 공지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직 민노총 간부는 "기성 정치권도 아닌 민노총 산하 최대 노조 선거에서도 자녀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되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중에 제대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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