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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너거 아는 뭐 하노?"… 고용세습 논란 휩싸인 현대차 노조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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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 아들 현대차 정규직 전환… 비리 의혹 불거지자 선거판 시끌

일부 후보들은 홍보 포스터에 아예 자녀들 뭐하는지 공개까지

'너거 아는 뭐 하노?('너희 아이는 뭐 하니'의 경상도 사투리)'

조합원 5만여명을 거느린 민주노총 산하 최대 기업별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후보자 자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후보는 선거 홍보물에 자신의 아들딸이 현재 뭘 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 사이에서 이른바 '고용세습'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 선거에는 노조위원장, 수석부위원장 1명, 부위원장 3명, 사무국장 1명 등 6명이 한 후보조로 나온다. 13일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4개 후보조가 입후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 후보조의 선거 포스터엔 '비리 앞에 당당하다' '취업 비리 끝까지 파헤친다'는 문구를 넣고, 아예 후보 6명의 얼굴과 이름 밑에 몇남 몇녀를 두고 있고 이들이 뭘 하는지도 기재했다. 위원장 후보는 아들이 대학 1학년, 딸이 대학 3학년이라고 했다. 한 부위원장 후보는 큰아들은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작은아들은 방송기획사 영상팀에서 일한다고 했다. 사무국장 후보는 '자녀 없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후보조는 홍보 동영상에 '반칙과 특권 없는 노동조합 실현'이란 문구를 넣었다.

이는 위원장 후보 중 한 명의 아들 채용 비리 의혹을 꺼내기 위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비정규직이었던 이 후보의 아들이 현대차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 현대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던 후보가 힘을 썼을 것이란 의혹이다. 현대차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불법 파견 문제 등에 휩싸이자 노사 합의로 2012년부터 비정규직 근로자 78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의혹이 퍼지자 현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지난 5일 "(취업 청탁 비리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면 조사해 현장에 공지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직 민노총 간부는 "기성 정치권도 아닌 민노총 산하 최대 노조 선거에서도 자녀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되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중에 제대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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