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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불평등에 시달리는 청년들, 49년전 전태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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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인터뷰]전태일 타계 49주기…노동계 원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말하는 '청년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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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 이수호 관장.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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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불평등과 차별을 외치는 청년의 목소리는 49년 전 전태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겉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속은 여전히 곪아 있습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70)은 12일 불평등에 분노하는 요즘 청년들이 "전태일 같다"고 했다. 교사 출신 노동계 원로인 그는 2015년부터 재단법인 전태일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태일 열사는 13일 타계 49주기를 맞는다. 내년이면 50주기다. 올해 4월 전태일기념관이 문을 열고 처음 맞는 기일이다. 이 이사장은 기념관 초대 관장도 맡았다. 기념관은 이 이사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건립을 제안해 지어졌다.

전태일 열사 추모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불평등과 차별이 사회적 쟁점이 됐다. 이 이사장은 "최근 분노하는 청년들이 딱 49년 전 전태일 열사 또래"라며 씁쓸한 미소를 내비쳤다.

49년 전 평화시장 재단사였던 전태일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정부에 목소리를 냈다. 집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분신했다. 그의 죽음은 비참한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당시 노동운동에 불을 지폈다.

◇불평등 맞서 노동운동 뛰어든 선생님

이 이사장이 노동계에 몸담게 된 이유도 불평등 때문이다. '교사가 천직'이라 생각했던 그는 교사의 한계와 불평등을 직접 겪었다. 수업만으론 교육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 이사장과 동갑내기 전태일이 던진 사회적 메시지도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이사장은 삶의 궤적을 바꿔 그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초기 사무처장을 맡았다. 이후 전교조 위원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까지 지냈다. 2012년 민주진보 단일 서울교육감에도 출마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교직의 끈은 놓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2008년 퇴직 때까지 국어 교사로 지냈다. 노조 활동으로 10년간 해직됐다가 1998년 복직했다. 해직과 노조 위원장 기간 등을 빼면 20년 넘게 교사로 지낸 셈이다.

이 이사장은 최근 청년들이 느끼는 불만도 결국 교육문제와 직결된다고 바라봤다. 그는 인성과 성숙한 삶을 키워야 할 교육이 불평등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을 악용한다는 말이다.

그는 "교육이 불평등과 차별을 확고하게 만드는 수단이 됐다"며 "교육을 통해서 부를 대물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교육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이 이사장은 "가난하더라도 평등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게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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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 이수호 관장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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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전태일에게

불평등과 차별적 사회를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전태일'에게 이 이사장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장애가 큰 게 현재 우리 사회"라며 "49년 전 전태일이 던진 메시지처럼 청년들이 스스로 바꿔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태일이 던진 메시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교육뿐 아니라 노동환경, 나아가 대대적인 사회인식과 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조언했다. 이어 "교육이 부와 권력을 확고하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만 따지면 삶의 가치는 작아지고 혼란은 커집니다. 부의 세습이나 너무 과도한 출세 지향적인 소모적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과 효율을 미덕으로 생각한다"며 "자본의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바뀔 수 있는 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내년 타계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재단은 노동체험을 비롯한 각종 추모행사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전태일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를 제작하고 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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