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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사정 힘들다"는 말에 퇴직…"사실상 그만두게 한 것, 해고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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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the L] "사직 의사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한 것"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직원들에게 명시적으로 해고하지는 않았더라도 사정이 힘들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그만두게 한 것도 해고에 해당돼 해고예고수당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임금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춘전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원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이 식당엔 이 소송을 제기한 원고 등을 포함해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A씨는 2016년 11월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한 후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며 ‘더 많은 급여를 주고 더 일하기 좋은 곳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 식당에서 A씨는 직원을 줄일 생각이라며 더 나은 곳을 찾을 시간을 주고 그 이후에는 계속 가게에 남아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월급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에 직원들은 바로 식당을 그만뒀다.

이후 직원들은 식당 주인에게 해고예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한 달의 임금에 해당하는 170만원~220만원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식당을 그만둔 것이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식당 주인이 이들을 그만두게 한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원심 법원은 “피고가 직원 4인 전원을 해고했다고 보기 어렵고, 직원 가운데 일부를 해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고될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은 이상 4인 중 누구도 해고예고수당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원심 법원은 “피고가 원고 등 4인에 대한 해고예고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자진해 퇴직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해고를 회피할 것을 미리 계획했다거나 유도했다고 보는 것은 그 액수나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춰 볼 때 이례적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직원들이 해고 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원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문자메시지와 함께 근로를 하더라도 월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이후 어쩔 수 없이 식당을 그만두게 된 것”이라며 “비록 형식적으로는 원고 등 4인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사직의사가 없는 원고 등 4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식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적어도 2~3명의 종업원이 필요했다면 직원 4인 가운데 해고할 사람을 특정했어야 함에도, 이를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해 모두에게 자진 사직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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