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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세월호 특수단 출범에 시험대 오른 검찰 ‘피의사실 공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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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훈령 내달 시행되지만

정치인 등 수사대상자 수백명

피의사실 공표 불가피할 전망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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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세월호 참사 5년 만에 특별수사단을 꾸리고 각종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앞서 검찰개혁안으로 발표한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지켜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월호 관련 수사 대상자만 많게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전·현직 고위공무원과 유력 정치인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 검찰개혁안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수사 대상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 기존 검찰의 편의에 따라 운영돼온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을 강화해 이른바 ‘망신주기식 수사’와 ‘여론 재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다.

새 훈령이 시행되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제한된다. 내사를 포함해 피의사실과 수사과정도 공개할 수 없고 공개소환 및 포토라인도 전면 금지된다. 아직 훈령 시행 전이지만 검찰은 이달 초 케이블채널 엠넷의 인기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의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도 언론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호특수단이 출범하면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약속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내심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무력화되기를 기대하는 데다 수사 대상자가 먼저 수사상황을 공개하거나 각 시민단체나 세월호 유가족 등이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소환 여부나 수사현황을 수시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특수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8명을 포함해 20여명 안팎으로 꾸린 세월호특수단은 수사기한 없이 세월호 관련 의혹을 샅샅이 파헤치겠다는 각오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과거 수사 방식에 비춰보면 ‘적폐청산을 위한 저인망식 기획수사’로 흘러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수사 대상자가 당시 청와대·법무부·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등 주요 정부부처에 망라돼 있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당장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이 최우선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은 15일 세월호 참사 책임자 122명을 검찰에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세월호 수사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피의사실 공표 금지는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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