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우리는 국민도 아니냐"...농민 1만명 국회 앞서 WTO 개도국 포기 반대 집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회 앞에 모인 농민 1만명…"文정부, 대책 없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전국에서 모여든 농민들이 1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탈퇴 반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개도국 특혜가 없어질 경우, 농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의 개도국 포기 선언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8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민 1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WTO 농업분야 개도국 포기 규탄! 농정개혁 촉구! 전국농민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린 탓에 우비를 뒤집어쓴 농민들은 의사당대로 편도 4차선 도로 약 150m를 막고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 "WTO 개도국 포기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이날 결의문에서 "지금까지 수출 산업 육성이라는 미명하에 자유무역 협정을 통해 수많은 수입농산물이 관세의 벽을 허물고 들어와도 우리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농업은 찬밥이고, 농민은 국민이 아닌 주변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이상 우리의 문제를 정부나 정치인들의 혀발림에 놀아나지 않고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현 정세를 타개해 나가겠다"며 "대책 없는 WTO 개도국 포기를 규탄하고, 공익형 직불제 예산과 농업예산 인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28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가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탈퇴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윤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농민들이 이날 국회 앞에 모인 이유는 지난달 25일 정부가 앞으로 진행될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개도국 특혜 대부분을 내려놓았으나,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특혜를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이에 그동안 농업 분야는 관세와 보조금 등에서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압박 등에 따라 더이상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쌀이나 마늘, 고추 같은 작물에 높은 수입 관세를 매기고, 다른 선진국보다 많은 보조금을 농가에 지원해왔다. 만약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관세 인하로 외국산 수입 농산품의 수입은 증가하고, 농민들이 받는 보조금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있을 WTO 협상부터 적용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확보한 관세 및 보조금 특혜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또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해 작물에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농민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 관세와 보조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위원회 임영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개도국 포기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수십년째 되풀이되는 농산물가격 폭락 대책 하나 세우지 못했다"며 "국회는 농업 현안이 산더미인데도 자기 일만 챙기고, 대통령은 선거 때와는 달리 농민 표 얼마 되지 않는다고 완전 무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도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문재인 정부 최악의 실적"이라며 "우리나라 농업만큼은 여전히 세계적인 후진국인데 마땅한 대책도 없고, 관련 예산은 국회에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