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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사설] ‘금투세 유예’로 석 달간 혼란만 일으킨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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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9월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토론회 :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시행팀과 유예팀 의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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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석 달 넘게 내부 논란만 벌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에게 넘긴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유예 입장을 밝혀왔고 유예·폐지 여론도 50%를 넘는다. 결론이 뻔한 상태에서 시간을 끌어 혼란만 키운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 봐야 한다”며 유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 투자로 얻은 5000만원 초과 수익에 대해 22%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2020년 민주당 주도로 법이 통과됐고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이 대표의 입장 선회는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언한 것이 계기였다. 1400만명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정부의 방침을 환영했다. 표심에 민감한 이 대표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유예’로 선회한 것인데 당내 강경파들이 반대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은 “거액 자산가들에 대한 특혜”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공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린 뒤 시행하자” “자본시장 구조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민주당이 오락가락하자 투자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반도체 경기 피크론 등으로 하락하던 국내 증시는 금투세 악재까지 겹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금투세는 이렇게 시간 끌 일이 아니다. 유예든 시행이든 빨리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심 금투세 유예 방침을 정하고도 당 안팎의 여론을 떠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에 투자하면 된다”고 했다. 증시는 혼란에 빠지고 개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 한국 증시는 주가 상승률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 증시보다 못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밸류업(기업 가치 상승)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으로 글로벌 ‘왕따’가 되고 있다.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주식 이민’ 현상도 두드러진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금투세 입장을 정해야 한다. 그게 국회를 장악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당의 책임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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