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8 (월)

"쓰레기 어디 버리라고" 불평에…서울시 길거리 쓰레기통 늘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명동 등 유동인구 많은 지역에 설치 늘릴 듯

서울광장에는 지하 매립형 쓰레기통 설치도 추진

이데일리

지난 11일 밤 서울 명동 눈스퀘어 앞 의류 매장에서 관광객들이 길거리 음식을 먹고 있다. 의류매장 주변 곳곳에는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 빈용기들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사진=양지윤 기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인데 쓰레기통이 너무 없어요.”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 서울 명동 눈스퀘어. 러시아인 코칸 타티아나(30·여)씨는 쌍둥이 언니와 자라 매장 앞 계단에서 사발면 용기에 든 잡채를 먹은 뒤 유유히 사라졌다. 자매를 따라가 빈 용기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묻자 음식을 판 노점상에게 반납했다고 했다. 코칸 자매는 “명동에서 쓰레기통을 찾기가 힘들고 불편하다”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잘 보이는 곳에 꼭 설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데일리

명동길 신한은행 기업금융센터 근처 쓰레기통. 일반쓰레기 아래 ‘Trash’라는 단어가 지워져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명동길 신한은행 기업금융센터 근처 쓰레기통. 일반쓰레기와 캔·병·플라스틱·종이라고 적힌 쓰레기통 한 세트가 총 4개 설치돼 있다. 환경미화원이 쓰레기통 주변 정리를 끝내고 종이상자 덮개를 연지 1시간 뒤 가서 내부를 살펴봤더니 쓰레기통은 금세 종이컵과 어묵꼬치 등을 담는 상자로 한가득 쌓여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통에는 테이크아웃 음료 용기와 생수통 등 투명한 플라스틱만 담겨 있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쓰레기를 버린 뒤 흠칫했다가 제대로 넣은 걸 확인한 후 자리를 떴다. 쓰레기통을 자세히 보니 일반쓰레기 아래 `Trash`라는 단어가 지워져 있었다. 한글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용도 구분이 쉽지 않아 보였다. 분리 수거함에 유리병을 버리러 온 신은숙(23·여)씨는 “명동에 쓰레기통이 없어 불편한데 학교 앞 정류장 역시 마찬가지”라며 “버스에 음료 반입을 금지해놓고 정작 버릴 곳은 만들어주지 않아 난감할 때가 있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동인구가 많거나 설치 대수가 낮은 자치구를 중심으로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대수가 가장 작은 곳은 노원구로 54개에 불과하다. 노원구 쓰레기통은 2010년 156개에서 현재 3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설치대수가 가장 많은 강남구는 960대로 2010년에 비해 52%나 급증했다. 그럼에도 도시 청결도는 강남구가 1등을 도맡아 했다. 일각에서 쓰레기통이 늘면 버려지는 양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신 서울시는 사람들이 붐비는 지역에 한해 쓰레기통을 늘린다는 조건을 달았다. 관광지인 명동을 비롯해 서울광장, 버스 정류장 등이 주요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광장의 경우 지하에 매립 공간을 마련하고 쓰레기양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쓰레기통과 동일해 보이지만, 매일 수차례 쓰레기를 수거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쓰레기통이다. 진공 흡입기로 쓰레기를 수거하면 관리면에서도 용이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경우 광장에 이같은 방식의 쓰레기통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쓰레기통에 대표색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이 한짝을 이뤄 분리 배출을 유도하고 있으나 안내 문구만으론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다른 대표색을 지정하면 이용자들도 무의식적으로 분리배출에 나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다만 서울시가 용도에 따라 대표색을 지정하더라도 적용 여부는 결국 자치구의 의지에 달려있다. 시와 구청간 유기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성현 서울시 도시청결팀장은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 지역과 디자인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적절한 시기를 봐서 해커톤(갈등 관계인 이해관계자끼리 합의점을 찾는 토론회)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서울 명동 눈스퀘어 근처 에스컬레이터 옆. 쓰레기통은 텅 비어있고, 플라스틱 용기가 박스와 종이가방에 담겨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