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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건보 탈퇴' 유공자 진료비, 국가에 청구했지만… 건보공단 2심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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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국가는 진료비 반환 의무 없어"


건강보험에 탈퇴한 국가유공자들 중 일부가 여전히 보험 혜택을 누리면서 부담을 떠안게 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가를 상대로 이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4부(김재호 부장판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가를 상대로 낸 약 44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가가 내야 할 돈 대신 부담"

이번 소송은 공단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유공자들의 진료비를 낸 것이 발단이었다.

유공자와 유공자 유·가족은 보훈병원 등 전담의료기관을 통해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의료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건강보험에 가입하거나 탈퇴할 수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에 탈퇴한 유공자가 일반병원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건강보험 자격을 상실했음에도 보험 혜택은 그대로 누려 공단이 부담하는 진료비만 늘어나는 것이다.

공단이 2008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건강보험 자격이 없는 유공자들을 대신해 내준 진료비는 44억원에 이른다.

공단은 국가와 진료비 정산합의에 실패하자 "국가가 부담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을 공단이 병원에 대신 지급했다"면서 "국가는 국가유공자의 진료비 지급의무를 면하는 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를 반환해야 한다"며 2015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국가가 공단에게 진료비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국가에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공단의 진료비 지급이 제3자의 변제로서 유효하고, 이로써 국가의 진료비 등 지급채무가 소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해 소멸시키기 위해선 제3자가 이를 변제한다는 의사를 갖는 게 전제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병원에 요양급여비를 지급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공단의 유공자 진료비 등 지급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공단의 병원에 대한 진료비 지급은 제3자의 변제로서 효력이 없고, 국가는 여전히 진료비 등 지급채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착오로 병원에 진료비 등 국가의 채무를 변제했다"며 채무자인 국가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가, 진료비 반환 의무 없어"

그러나 2심은 2002년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이 지적된 점을 들어 "공단은 유공자에 대한 요양급여비가 국가가 지급해야 할 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분류와 지급 등에 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추후 피고와 정산하려는 의도로 만연히 병원에 이를 지급한 것"이라며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공단 관계자는 "과거 시스템이 미비해 보훈공단이나 보훈처에서 지급해야 할 건강보험 탈퇴 유공자들의 진료비를 대신 부담했다"며 "해당 기관들에 정산합의를 요청했는데, 응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패소했지만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단이 보훈병원을 운영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을 상대로 "공단이 건강보험 탈퇴 유공자들에 대해 낸 진료비를 반환하라"며 낸 약 19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1심은 약 1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훈공단이 1심에 불복해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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