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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中企가 공공조달 계약 딴 후 대기업에 하도급…30조 우선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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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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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공공기관과 직접 조달계약을 체결한 후 대기업에 계약의 일부를 하도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상생협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대·중소기업이 협력해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납품역량 제고와 수입산 소재·부품 국산화 등을 유도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멘토기업이 신규 창업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참여를 지원하거나 대·중소기업이 협력해 수입품 또는 수입산 소재·부품을 국내 생산품으로 대체하는 '상생협력'을 하면 제품별로 20~30% 할당을 부과하고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30조원 규모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에 1차적으로 시행하고 일반 물품과 용역에까지 점차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체 공공조달 시장 규모는 123조4000억원으로 이 중 물품 시장이 41조5000억원, 용역 시장이 26조5000억원, 공사 시장이 66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은 94조원(76.2%)에 달해 비중이 매우 높다. 조달 구매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여성기업 제품 등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구매 비율제도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첫째로 대기업 조달 시장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중간 크기 기업이 조달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중기 간 경쟁제품 769개 품목 중 210개 품목에서 시장지배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설명이다.

둘째로 수입품을 유통기업이 납품하는 사례도 중기 제품으로 인정하고 있어 실제 국내 생산 비중은 낮다. 중기 간 경쟁 제품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도록 돼 있다. 폐쇄회로(CC)TV, 태양광 설비 등 일부 제품에서는 중소기업이 생산해도 실제 부품은 수입산으로 구성된 사례도 많았다. 조달 시장은 완성품을 구매하는 구조이므로 부품·소재 기업은 직접 조달 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신규 창업기업은 기술 역량을 보유해도 직접 생산에 필요한 설비 등을 갖추지 못해 조달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중기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공공기관과 직접 조달계약을 체결하고 대기업 등은 중소기업으로부터 계약 일부를 하도급받는 '상생협력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단, 공동 수행이 필요한 대형 공사·용역 등은 대·중소기업 공동수행 방식을 허용한다.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제품별로 20~30%를 제도 참여기업과 소기업에 할당하고, 입찰 가점 등 우대사항을 부여할 계획이다. 당장 중기 간 경쟁 제품에서 90개 제품, 3조4000억원 규모의 시장 할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에서는 중기부 소관인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물품조달 시장 25조5000억원과 용역 시장 4조5000억원 총 30조원 규모 시장이다. 2단계로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법에 상생협력 지원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37조원 시장에서도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가능해진다. 수입 대체 등 정책적 효과를 감안해 해당 제품에 대한 시장 할당, 수의계약 권한 부여, 가격 우대 등도 신설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으며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상생협력 지원제도를 크게 △멘토기업의 생산 역량 등을 활용해 기술력은 있으나 제조 역량이 부족한 창업기업 등의 조달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혁신 성장형' △대·중소기업이 협력해 조달 시장에 납품되는 수입품 또는 수입산 소재·부품을 국내 생산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입 대체형' △조달 시장 참여 대기업이 입찰 경험과 기술 역량을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시공 능력 등 배양을 지원하는 '역량 강화형'으로 각각 구분해 운영할 예정이다.

상생협력 제도는 미국 연방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멘토-프로테제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조달 시장 상황에 맞게 벤치마킹한 제도다.

미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조달에 참여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공공기관과 직접 조달계약을 체결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계약 일부를 하도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제도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도입 의지를 밝힌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중기부가 마련한 이번 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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