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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방향과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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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책임투자 활성화 주요 추진과제. 제공| 보건복지부


[스포츠서울 이주희 기자] “최악의 경우는 국민연금과 헤지펀드 등 외국계 자본이 의기투합했을 경우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재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강화,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대해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됐다”고 당혹해 하고 있다. 정부의 취지와 달리 기업경영을 옥죄는 각종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금 사회주의’ 강화가 불러올 후폭풍이 메가톤급일 거란 걱정이다.

보건복지부가 13일 발표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추진됐던 주주권 행사 강화 내용들이 대거 담겨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에선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과도한 경영참여가 아니라 당연한 참여”라는 입장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steward)처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하는 자율 지침이다.

◇어떻게 바뀌나…핵심 내용은
이번 공청회는 지난 7월 국민연금이 시행한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의 후속 조치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대상·절차·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열렸다.

주요 추진 과제는 크게 ▲책임투자자 대상 자산군 확대 및 전략 수립 ▲위탁운용의 책임투자 내실화 ▲책임투자 활성화 기반 조성으로 국민연금은 기금 전체 자산군(대체투자 제외)에 책임투자를 적용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과 소통을 추진한다는 그림이다.

먼저 책임투자 대상 자산군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우선 적용하고 도입 시기는 추가 검토 후 적용할 계획이다.
주주권 행사 관련한 중점관리 사안은 기업의 배당정책과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횡령·배임 및 경영진의 사익편취 등 법령상 위반 우려, 지속적인 반대의결권 행사 사안 등이다.

관리사안이 발생할 경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대상 기업의 개선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고, 개선사항이 없으면 주주제안 추진 여부와 주주제안 내용 등을 검토해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보고한다. 기금위는 정관변경, 이사 선임과 해임 등 주주제안 뿐 아니라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제안도 추진할 수 있다.

또 수탁자책임전문위가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를 의결할 경우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의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다. 보유 지분율이 10% 이상인 기업일 경우엔 주주제안 시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당기업의 주식 매매를 정지할 계획이다.

이동구 변호사는 ”단기매매차입 관련해(해당기업은) 6개월 동안 경영에 참여 할 수 없는건데 이는 내부 거래의 비공개 정보를 함부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누가 횡령·배임 했는지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말한 과제들은 시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2023년에 이런 과제를 한다는건 안하겠다는 의구심을 지울수 없다”며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사회주의’ 논란 가열
재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대해 “사실상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운영이 독립성 보장 없이 정부 입김에 좌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가져올 후폭풍을 염려한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차관과 농식품부 차관 등 총 5명의 현직 장·차관이 참여하고 있다. 개편안에선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별로 각각 추천한 1인씩 총 3인의 전문가를 상근 인력으로 채용키로 했다. 기금위 산하 3개 전문위원회(투자정책·수탁자책임·성과평가보상)를 맡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과 책임 투자 방안에서 모범사례로 언급한 해외 연기금은 우선적으로 자체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뒤 책임 투자 규정을 도입했다”며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상장사 지분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연금 사회주의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4개다. 삼성전자, 현대차, 이마트, 카카오 등 13개 기업은 국민연금과 외국인이 손잡을 경우 사내이사를 해임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배당확대나 경영진 교체 등을 추진할 경우 이는 외국계 헤지펀드 입장에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는 만큼 국민연금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하면 주요 대기업의 경영권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되고, 배당 정책 등 각종 경영전략 수립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5% 룰’ 완화 등을 우려하며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기업 경영에 간섭·규제할 수 있는 이른바 ‘기업 길들이기’의 길을 확대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금 사회주의가 강화되고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쉬워지게 된다는 절박감이다.

반면 금융위는 “공적연기금의 주주 활동이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사된다면 이를 연금 사회주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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