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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아디다스, 獨스마트공장 4년 실험 접고…다시 중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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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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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속도에서는 성공했다. 그러나 대량생산까지는 아직 시기상조다."

글로벌 스포츠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아디다스가 4년에 걸친 '스피드팩토리' 생산성 향상실험에 결국 실패했다. 노동집약적 신발 생산 방식을 바꾸고자 로보틱스·머신러닝·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망라한 스피드팩토리를 구축했다가 4년 만에 공장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아디다스는 가동 중단 이유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3D 프린팅 기반의 제작 방식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있다. 한 해 수억 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대량생산 방식에서 아직까지는 첨단 프린팅 기술이 '사람의 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생산성 혁신을 위한 아디다스의 과감한 도전과 개방형 협업 노력은 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디다스그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애틀랜타의 스피드팩토리 가동을 내년 4월 중단한다"며 "스피드팩토리 기술을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공장 두 곳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디다스 측은 "우리 제품의 90% 이상이 아시아에서 제조되고 있어 공급업체와 노하우 등이 모인 곳에 생산을 집중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는다"고 추가 설명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아디다스는 인건비와 생산비 절감을 이유로 1993년 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러다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머신러닝, 3D 프린팅,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공장을 2015년 말 독일 안스바흐 공장에 구축하고 스피드팩토리로 명명하며 '귀환'했다. 독일 제조업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2017년 북미 수요에도 부응하기 위해 미국 애틀랜타에 스피드팩토리 공장을 추가로 짓기도 했다.

당시 아디다스는 이들 공장을 가동하면서 자동화된 공정으로 신발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보다 정밀한 신발 제작이 가능해 고성능 신발을 원하는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작과정에서 아디다스는 일부 스티치(박음질) 작업을 제외하고 철저히 '사람의 손'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운영했다. 아디다스는 2018년 사업보고서에서 구체적인 생산속도 향상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종전 공정과 비교해 3배가량 제품 생산속도가 빨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종전보다 생산속도를 3배 단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스마트공정을 통한 대량생산에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의 맷 파월 자문역은 "지난해 아디다스가 제작한 신발이 총 4억켤레인데 스피드팩토리에서 제작한 물량은 100만켤레"라며 "이는 전체 생산량 대비 하찮은(negligible) 규모"라고 지적했다.

아디다스가 대량생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신발 밑창을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하는 협력사 오에츨러가 거론된다.

3D 프린팅으로 신발 밑창을 만드는 오에츨러의 정밀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제한된 규모의 3D 프린터 설비에서 '정밀공정'과 '대량생산'이라는 상충적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기술적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아디다스가 생산한 4억켤레 중 절반을 스피드팩토리에서 감당하려면 3D 프린팅을 통한 생산역량이 지금보다 무려 200배나 향상돼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에 스마트팩토리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아디다스가 비록 스마트공장 문을 닫지만 과감한 도전정신과 지난 4년의 공장 운영을 통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는 제2의 도전을 준비하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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