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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첫 재판서 오열한 위안부 할머니들··· "日, 당당하면 법정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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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불참 속 3년만에 재판 열려

"돈 아닌 존엄성 회복·역사적 반성 요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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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에서 일본 측의 참석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번 재판은 일본 정부의 참여 거부 의사로 차일피일 지연되다 3년여 만에 간신히 열렸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1) 할머니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 )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14살에 일본에 끌려간 나는 아무 죄가 없다”며 “일본은 죄가 있어서 재판에 참석하지 않는 것인데 당당하면 나와야 한다”고 항변했다. 타고 온 휠체어에서 내려 재판부 앞에서 엎드려 흐느낀 이 할머니는 “가미카제 부대로 가서 전기고문을 당했고 1946년에 국내로 돌아왔다”며 “진상규명, 사죄와 배상을 위해 30년을 기다렸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당사자로 역시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온 이옥선(92) 할머니는 “나이가 어려서 끌려갔는데 왜 양보해야 되느냐”며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이 죽길 바라고 있는데 아베 일본 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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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유족 21명은 지난 2016년 12월 “위안부 생활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씩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당초 2017년 5월 첫 기일을 열 예정이었으나 일본 측은 번번이 재판 참여를 거절했다. 법원은 여러 차례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달했지만 일본 측은 헤이그 송달 협약 13조를 이유로 이를 반송했다. 위안부 소송 자체를 조항이 내포한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로 해석한 것이다.

일본 정부 입장을 기다리던 법원은 결국 지난 3월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5월9일 자정 송달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했다. 공시송달은 송달할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을 통해 알리는 행정절차다. 재판 당사자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최후의 방법이다. 첫 변론기일이 5차례나 연기되는 사이 곽 할머니와 고(故) 김복동 할머니 등 상당수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날 재판은 소송이 제기된 지 2년11개월 만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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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대리인단은 “피해자 측 연령을 고려하면 이번이 마지막 소송이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협정으로 이미 배상청구권이 해소됐다고 주장하나 우리가 소송을 제기한 건 금전적 배상을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소송은 침해당한 인간으로서의 존엄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인륜 범죄를 사법부가 공적으로 확인해주길 바라고 국제적으로 이를 알려서 (일본이) 역사적 반성을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 역시 “지금이라도 주권면제 등을 적극 주장하면 충분히 고려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재판 참석을 독려했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다음 재판은 서류 번역 문제 등으로 내년 2월5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피해자들은 이날 재판에 앞서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에 돈이 아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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