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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오래 전 '이날']11월14일 입시 숙박···"가정집, 하루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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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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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서울대에서 치러진 본고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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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14일 입시숙박 비상 “예약 전쟁”

오늘(11월14일)은 2020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입시제도는 크고 작은 변화를 거쳐 왔는데요, 30년 전엔 ‘선지원 후시험’ 체제였고, 지망하는 대학에 직접 가서 학력고사를 치렀습니다. 당연히 지원 대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수험생들은 전날 시험장 근처에 미리 가 있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겠지요. 그래서일까요.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입시숙박’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수능 도입 후 사라진 풍경이지만, 최근에는 수시의 면접·논술시험 때문에 일부에선 다시 부활(?)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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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4일 ‘입시숙박 비상 ‘예약전쟁’’이라는 기사를 통해 당시 분위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망생이 많은 대학의 경우 시험 당일 아침 차량이 몰려 교통체증이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미리 근처 숙박업소에 예약을 해놓는 경우가 많았고요. 이때를 노려 대학가 주변 숙박업자들은 대입시험일(1989년은 12월15일)을 전후해 1주일 혹은 2~3일씩 규정요금의 2~3배로 요금을 올렸습니다.

11월4일이면 아직 그해의 대입시험일까지 1달 가량 남은 시점인데요, 그런데도 신촌 연세대 주변 숙박시설의 절반이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일부 숙박업자들은 ‘마지막 한탕’을 위해 일부러 예약을 받지 않고 있었고요.

서대문구의 한 모텔 주인은 “지방수험생은 물론 서울 수험생들도 연세대에서 가까운 탓으로 요금을 달라는 대로 지불할테니 방을 구해달라고 찾아온다”고 말했습니다. 이 모텔에선 2~3일간 객실을 예약하면 1일당 3만원씩 예약금으로 받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세금추적 때문에 장부에는 기입하지 않고 달력에 날짜와 이름만 표시, 예약을 받고 있다”고 ‘실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신촌 일대 숙박업자들에게 대학시험 주간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서울대 인근 관악구 봉천동의 한 호텔 직원은 “입시철 객실요금은 업소끼리 담합해 2~3배를 받고 있지만 입시일 2,3일 전에는 4배를 내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르는 게 값’인 셈입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기자는 서울에 살면서도 지망대학 근처에 방을 미리 구해둔 수험생도 취재했습니다. 당시 강동구 명일동에 살던 재수생 이모씨는 지난해 경험 때문에 숙박시설에 미리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해 교통체증으로 시험시간을 맞추느라 허둥대는 바람에 시험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면서 “안암동에서 하숙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식사 제공 조건으로 5만원에 이틀 묵을 수 있는 방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숙박업소 예약이 꽉 차 가정집을 구한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광주시 북구에 사는 박모씨는 수험생인 자녀를 위해 외대 근처에 이틀 묵을 수 있는 가정집을 구했다고 합니다. 하루 10만원씩 20만원을 내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지나친 폭리를 취하는 것 같아 야속하다”

대입제도가 달라지면서 ‘입시숙박’은 사라질 뻔 했지만, 최근 수시 비중이 커지면서 다시 생겨났습니다. 수능을 치른 후에도 논술·면접 등 대학별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여러 대학의 시험을 보기 때문에, 서울 외 지역에서 사는 수험생들은 대학가 호텔, 모텔은 물론이고 때로는 고시원을 예약해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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