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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협동조합 만들어 상품 개발… 홍콩까지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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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식은 처음입니다. 홍콩에 당장 수입하고 싶습니다."

전북 부안시장협동조합 남희준(38)씨는 2년 전 홍콩 바이어와의 만남을 잊지 못한다. 2017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식품산업전' 때였다. 행사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박람회장 한쪽에 부스를 차리고 부안의 특산물인 뽕나무와 그 열매 오디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때 부스를 찾아온 한 외국인이 시식용 '참뽕간장새우' 10여 마리를 한자리에서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더니, 조합원들에게 영어로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홍콩에서 온 바이어였다. 영어에 서툴러 쭈뼛거리는 상인들을 대신해 참뽕간장새우를 개발한 남씨가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기를 켜고 응대에 나섰다. 그 일이 인연이 돼 올해 5월부터 홍콩에 간장새우와 간장전복 총 3000개(약 2만1000달러)를 수출했다. 남씨는 "이젠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수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레' 같은 상부상조 협동조합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있는 부안상설시장은 상인들이 만든 협동조합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안은 조선 시대부터 생선 시장으로 유명했다. 약 30㎞ 떨어진 격포항으로 들어온 수산물이 이곳을 거쳐 인근 김제·정읍 등으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콜드체인(냉장운송시스템)이 발전하고 대형 상점과 온라인 쇼핑이 커지면서 부안시장도 여느 전통시장처럼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조선비즈

전북 부안 상설시장에선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상부상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시장 방문객이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초밥집에서 초밥을 맛보는 모습(왼쪽)과 조합에서 기기를 빌려 쓰고 있는 간장 새우 공장 모습(오른쪽).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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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계기가 찾아온 것은 2015년. 시장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회장 남정수씨가 "시장상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두레(마을 주민들의 공동노동 조직)같이 운영하면서 수산물을 대체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새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기나 판로 개척 등을 조합이 지원하고 상인들과 수익 일부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사업 밑천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지원받은 1억원이었다. 이 돈으로 조합이 공동으로 쓸 냉동고·냉장고·탑차·탈피기·진공포장기를 샀다.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식품 박람회에 '부안시장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열고 상인들이 개발한 상품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젓갈 통이 쌓여 있던 시장 한쪽을 정비해 조합이 운영하는 초밥집을 차렸다. 주말이면 인근 채석강, 내소사 등을 방문하는 젊은 관광객들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조합 출범 당시 10명이던 조합원이 46명으로 늘어났다. 주말이면 인근에 관광 온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이 됐다. 남 회장은 "상인들도 조합의 성과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부안상설시장의 하루 평균 내방객 수는 2016년 930명, 2017년 960명, 2018년 102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산물 오디·뽕나무 이용한 상품 인기

조합의 1호 히트작은 참뽕간장새우다. 지역 특산물 뽕나무로 새우 비린내를 잡은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연 매출 2억원, 올해 10월까지 3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 7일 찾아간 시장 인근 간장새우 공장에서는 새우 세척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장 한쪽에는 조합에서 빌린 전기 솥 두 대와 진공포장기가 보였다. 공장 관계자는 "조합에 월 30만원씩 기기 사용료를 내고 수출 금액의 3%를 조합비로 내고 있다"며 "조합과 상인이 상부상조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제2, 제3의 히트작도 준비 중이다. 시장에서 양념육 가게를 하는 황대원(48)씨는 오디와 뽕나무를 활용한 오뽕떡갈비를 개발했다. 시장 정육점의 남문정(62)씨는 조합의 도움을 받아 오뽕편육을 내놨다. 황씨는 "올해도 박람회에 조합 차원에서 3번이나 참석해 상품 홍보를 하고 있다"며 "온라인 시장에서 점차 판매량이 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남씨는 "정육점만 30년 해서 고기에 대해서는 전문가인데 이전에는 수완이 없어서 어떻게 많이 만들어 파는지를 몰랐다"며 "조합에서 고기 누름기, 솥단지 등을 지원해주고, 함께 홍보에 나서주니 든든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안=양모듬 기자(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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