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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우리 딸 먼저 와 미안…" 엄마는 실종자 가족부터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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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헬기추락 4번째 수습자 박단비 구급대원 가족의 배려]

다른 실종자 가족 부둥켜안고 "다들 금방 올거예요" 위로의 말 건네

"빠른 수색도 좋지만 다치는 사람 없어야" 수색대원들 먼저 챙기기도

지난 12일 오후 대구 강서소방서 3층 복도에서 이진숙(51)씨와 60대 여성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씨는 지난달 31일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 추락한 소방헬기에 탔던 7명 중 고(故) 박단비(29) 소방대원의 어머니다. 끌어안고 울던 60대 여성은 동승했던 배혁 대원의 모친이었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지원단)은 이날 해상 수색 중 박 대원의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다. 실종 13일 만이었다. 그러나 배 대원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박 대원의 모친 이씨가 "금방 올 거예요, 단비만 찾아서 미안해요"라고 말하자 배 대원의 모친은 "괜찮아, 단비 찾아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했다. 13일 현재 7명 중 3명이 아직도 실종 상태다.

딸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박 대원의 모친 이씨는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 "우리 딸이 먼저 와 미안하다"고 했다. 박 대원의 부친 박종신(56)씨는 13일 본지 통화에서 "지금은 실종자 가족들이 함께 있어서 서로 의지할 수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 딸이 구급 활동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처럼 실종자를 찾고 있는 분들이 추운 날씨에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박씨는 딸의 시신이 수습되기 전 지원단에서 수색 상황 설명회를 할 때마다 수습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실종자 수색 때문에 수색 대원분들이 다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정부에서 장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원단의 박광찬 소방청 홍보계장은 "오늘 아침에는 박 대원 외삼촌이 조용히 찾아와 나머지 실종자들을 하루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달 31일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 소속 박단비(29·가운데) 구급대원이 생전 소방헬기 앞에서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박 대원의 시신은 지난 12일 수습됐다. /박단비 대원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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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원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생명을 살리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며 응급구조학과에 지원했다. 졸업 후 2년간 대학병원에서 응급구조사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중앙119 구조본부 경력 채용(구급 분야)에 합격해 꿈을 이뤘다. 모친 이씨는 소방관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며 딸의 뜻을 꺾으려 했다. 하지만 중앙소방학교에서 교육생으로 일하던 박 대원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딸을 응원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따님은 우리 국민이 위험할 때 가장 먼저 출동해 생명을 구하는 뜻깊은 일을 한다"던 소방학교 관계자의 설명도 딸을 지지하게 만든 힘이었다. 박 대원과 함께 근무한 중앙119구조본부 동료들은 박 대원이 항상 밝게 인사하고 구급헬기 안에서도 열심히 일했다고 기억했다.

부친 박씨는 "나머지 실종자들을 하루빨리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도 "우리 딸이 희망의 불씨가 돼 다른 실종자들도 하루빨리 찾도록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부부는 13일에도 다른 미수습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강서소방서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여했다. 시신이 수습된 다른 소방 가족들도 다른 실종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설명회에 참석한다. 지난 2일 시신이 수습된 고 서정용(45) 검사관, 고 이종후(39) 부조종사의 가족이다. 지원단은 "최선을 다해 이른 시일 내에 실종자 분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지원단 측은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민간 잠수사 20명에 대한 모집을 마쳤다. 이들은 이르면 14일 오후 8시쯤 사고 해역에 투입된다. 기존에 수중 수색을 맡아온 잠수사 116명과 함께 수색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대구=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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