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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검찰총장이 장관에 수사 사전보고… 독자수사 부서 37곳 추가 폐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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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 차관, 文대통령에 직보… 검찰과 협의 없이 일방적 힘빼기

검찰 "장관에 일일이 보고 땐 '조국' 같은 수사 어려워" 반발

조선일보

법무부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2곳, 대구·광주지검의 반부패수사부를 제외한 전국 검찰청의 모든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하기로 하고 관련 규정 개정에 착수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앞서 전국 검찰청에서 특수부 4곳을 폐지한 데 이어 직접수사 부서 37곳을 추가로 없애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국에 4개 반부패수사부서만 남기고,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검찰 내 인지(認知) 부서는 사실상 다 없애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검찰총장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오수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12일 대검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5일 서울·대구·광주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특수부를 폐지하고 이름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꿨다. 여기에 더해 전국 37곳의 인지 부서를 추가로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폐지 대상 부서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4부를 비롯해 공공수사부(옛 공안부), 외사부, 강력부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반발했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가 아무 협의 없이 청와대에 몰래 보고했다"며 "수사력을 약화시키고 검찰 독립성을 훼손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박재억 법무부 대변인은 "당장 폐지하자는 건 아니고 앞으로 대검과 협의해 대상 부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이번에 축소·폐지 대상으로 삼은 부서는 다 인지 부서다. 대표적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4부 중 3·4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 외사부, 강력부 등이 포함됐다. 여의도 증권범죄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조사부와 현 정부에서 수사 전문성 제고를 위해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공정거래조사부·조세범죄조사부도 폐지 대상이다. 형사부와 공판부 중심으로 검찰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특수부 등 인지 부서 축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 명분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된 그는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까지 무시해가며 인지 부서 축소 등 검찰 개혁안을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조 전 장관 수사를 염두에 두고 현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작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직접수사 폐지나 축소는 이미 수사권 조정 법안에 포함돼 국회 입법 과정에 있는데, 국회 통과가 필요없는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으로 '우회 입법'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부 등 검찰의 주요 수사 부서 힘을 빼고 결국 공수처로 힘을 몰아주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검찰에선 거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점차 인지 부서를 줄이는 방향은 맞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급격히 조직을 뒤흔든다는 것이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도 이번 조직 개편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지 대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부는 현재 조 전 장관 수사에 참여해 웅동학원 비리 부분을 수사 중이다. 반부패수사 4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법무부가 원래 하던 사건은 그대로 진행하라고 하겠지만 폐지가 되면 수사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인지 부서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했다.

중요 사건에 대해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단계별로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중대 사건에 대해 (검사가) 법무부 장관 등에게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는 준칙을 마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발 더 나가 검찰총장이 수사에 대해 단계별로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이 장관에게 수사에 대해 보고하게 되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같은 수사는 앞으로 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수사를 하면서 지난 8월 말 대대적인 압수 수색 사실을 법무부에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 검찰 일각에선 법무부가 이에 대한 불만으로 이런 개편을 추진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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