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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親日청산' 외친 의열단 행사 때, 배경으로 흘러나온 건 일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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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명 밴드 연주곡과 함께 연단에 오른 함세웅 신부

"애국가는 친일파 음악" 비난… 주최측 "사전에 파악 못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항일독립무장단체 의열단 100주년 기념식에서 주요 내빈이 연단에 오를 때 사용된 음악이 일본 유명 밴드의 연주곡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친일 세력을 쓸어내자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정작 일본 음악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날 의열단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인 함세웅 신부가 연단에 오를 때 일본 재즈 밴드 티스퀘어(T-Square)의 연주곡인 '서니 사이드 크루즈(Sunnyside Cruise)'가 연주됐다. 1970년대 결성된 티스퀘어는 일본의 대표 재즈 밴드 중 하나다. 함 신부는 일본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 행사 시작 때 제창한 애국가를 "친일파 음악"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친일파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를 의열단을 기억하면서 부르고 있다니 너무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침입해 기습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을 "의열단 정신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고 칭찬했다.

의열단원이었던 김한 선생의 외손자로 이날 축사를 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연단에 오를 때 흘러나온 곡도 티스퀘어의 연주곡인 '코파카바나(Copacabana)'였다. 일본 음악을 배경으로 등장한 우 의원도 "친일 잔존 세력을 쓸어내자"고 주장했다. 그는 "기득권으로 우리 사회를 탄압하고 있는 친일 세력을 쓸어내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야 우리가 제대로 된 의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강도 높은 반일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는 점에서 선곡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축사를 한 김원웅 광복회장은 "일장기 흔들던 손으로 성조기를 흔들면서 이를 보수라고 우기는 세력" "적폐 청산 핵심은 친일 청산"이라고 주장했다.

행사 주최 측은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일본 기획사 수익에 도움을 준 아이돌 가수는 사전에 배제할 정도로 일본과 연관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일본 음악이 주요 연사 등장 때마다 울려 퍼졌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대행사 측과 많은 부분을 조율했지만, 이런 부분까지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며 "차후 독립운동 선양 행사에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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