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슈 전문가 룰라 칼라프, 다른 국장 후보보다 '젊은 감각'
언론계 "전 세계 시장 공략하고 디지털 매체와 경쟁하려는 기용"
칼라프는 레바논 베이루트 출생으로 프랑스어와 아랍어에 능통한 중동 전문가다. 어린 시절 칼라프는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내전을 겪었다. 내전 탓에 학교에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소녀 칼라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당시 전쟁을 취재하러 온 외신 기자들이었고, 이들의 활동을 보며 그는 기자의 꿈을 키워 왔다고 한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난 칼라프는 시러큐스대와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대 초 그는 경제 잡지 포브스에서 4년간 일했다. 이후 1995년 FT로 옮겨 이라크 전쟁과 아랍의 봄 등 주로 중동 이슈를 다뤄왔다. FT 입사 당시 '관계자 귀하(To whom it may concern)'라고 적은 이력서를 FT 본사로 보냈는데 이를 받아본 편집국 간부가 면접 후 채용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후 중동에디터, 국제에디터, 부국장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통상 이슈에 관심 있는 프리미엄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통상의 비밀'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칼라프 신임 국장은 FT의 모기업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기타 쓰네오 회장이 직접 낙점했다. 기타 회장은 "칼라프는 불편부당하게 퀄리티 저널리즘을 추구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칼라프는 "전임자의 성과를 바탕으로 훌륭한 저널리즘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트위터에도 "황홀하다(thrilled)"는 감상을 올렸다. 하지만 '경쟁사'인 뉴욕타임스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칼라프의 기용을 두고 영국 언론계에서는 젊은 독자와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FT의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FT는 칼라프의 과제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라이벌 신문은 물론, 디지털 스타트업과의 경쟁 속에서 전 세계 독자를 확보하는 것"을 꼽았다. 텔레그래프는 "칼라프는 다른 국장 후보들에 비해 젊은 감각이 있다"며 내부 평을 전했다.
전임 바버 국장은 오늘날 FT의 '탈(脫)영국' '탈종이신문' 전략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14년 부임 동안 브렉시트 등 유럽 이슈를 주도하며 유럽의 유료 구독자를 대거 유치했다. FT는 약 100만명의 유료 독자가 있으며 이 중 19만명이 종이신문을 본다. 구독자의 70%가 외국인이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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