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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수출입銀, 대규모 충당금 쌓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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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행장 교체기에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3분기에 25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대손충당금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이다. 100조원 규모의 대출자산을 보유한 수은은 통상 분기당 1000억~15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하는데 지난 3분기에는 충당금 규모가 두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수은이 갑자기 충당금을 많이 쌓은 데는 미국 에너지 전문투자기업 에이티넘에너지에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수은은 지난 2015년 8월 에이티넘에너지에 유·가스전 광권을 담보로 2억1700만달러(약 2500억원)를 대출했으나 해당 광권의 가치가 당시와 비교해 5분의 1 이하로 폭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출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대거 쌓은 것이다. 지난달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며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충당금을 쌓은 3분기는 공교롭게도 전임인 은성수 행장이 9월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현 방문규 행장이 임명되기 직전 강승중 직무대행(수석부행장)이 이끌던 시기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행장 교체기 일종의 빅배스(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를 단행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시기에 앞서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기법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아도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끝난 터라 수은의 곳간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수은은 올해 상반기 약 5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은은 충당금 적립은 빅배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은 관계자는 “손실을 인식한 시점을 기준으로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며 “지난 9월말 연체가 처음 발생해 그 시점을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회계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후임자의 실적을 돋보이게 하려는 빅배스는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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