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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환율 롤러코스터…기업 불확실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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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원 예상했는데 한때 1222원까지 치솟아

내년 환율도 예측불가…변동성도 커질 전망

[이데일리 피용익 김미경 김종호 기자] 지난해 말 대한항공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평균 1150원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영연구소는 1100원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기업이 2019년 사업계획 수립 시 설정한 원·달러 환율은 1096.7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평균 환율은 1165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1222.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예상 범위 바깥에서 급등락하면서 기업들은 내년 환율 예측에 애를 먹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갈등 등 환율에 영향을 주는 대외 변수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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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환율로 인해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내년 경영 목표도 보수적으로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3일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적인 이익 증가나 감소보다 예측 가능한 대외 변수가 중요하다”며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계획을 짜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예측불가 환율에 불안감 고조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 전자업체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5000억원, 3분기 4000억원의 긍정적인 환 영향을 누렸다.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다만 많은 수출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다변화된 글로벌 생산망과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환율 영향을 단정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에도 환율 영향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철강업체가 철광석을 수입할 땐 환율 약세가 유리한 반면, 철강재를 수출할 땐 환율 강세가 유리한 식이다.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환율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큰 폭의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에, 상승은 원자재 수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환율 10원 변동 시 정유업계의 영업이익 변동 폭이 200억원 수준으로 큰 편”이라며 “환율 변동에 대한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기존 히스토리와 미래 변수들을 감안해 예측치를 산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에 민감한 일부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완제품 해외 생산이 많은 데다 수출할 때도 현지 통화 결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환율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원화 값이 떨어져도 거래액이 고정되는 환헤지 계약을 맺고 있어 환율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있다.

◇ 내년 사업계획 보수적으로 작성

연간 사업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인 환율을 예측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대다수 기업들은 내년 보수적인 경영 목표를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년 원-달러 환율은 평균 1200원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보다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경영계획을 잡겠다는 뜻이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최근 미·중이 무역 갈등 해결 노력을 보이면서 환율은 내년 상반기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반기 미국 대선 영향으로 무역갈등이 다시 불붙을 수 있어 1200원을 재차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요 기업들은 내년 투자와 채용, 매출, 영업이익 목표를 낮추거나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전년 대비 개선된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 수출 규제, 환율·유가 불안 등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사회적 갈등이 증폭돼 경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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