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진료실에서] 환절기가 위험하다구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동근 인하대병원 뇌혈관센터장 “뇌혈관질환 줄이려면 정부, 국민 모두 힘써야”

쿠키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인하대병원 인천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현동근 뇌혈관센터장

최근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비단 감기 등의 계절성 질환만이 아니라 뇌졸중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에 따르면 가을과 겨울에 뇌혈관질환의 발생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날씨가 쌀쌀해지면 중풍이나 뇌졸중이라 불리는 뇌혈관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자동 조절 능력이 뛰어난 기관이다. 특히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1/3이나 사용하는데도 머리 속의 압력이 올라가지 않고 우리 몸을 잘 지배하도록 하는 데는 뇌혈관의 수축과 확장이 원활하게 잘 조절되는 기능이 중요하다. 특히 동맥은 고무관 같은 탄력기관이라서 혈압이 올라도 늘어나면서 피가 잘 흐르도록 해주는 혈관이다. 만약 이 뇌동맥이 좁아지거나 딱딱해져서 피가 잘 지나가지 못하거나 터져버린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설명을 할 때 뇌혈관계를 종종 방바닥에 깔린 보일러관으로 설명하곤 한다.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도 관이 막히면 방바닥이 차갑고 터지면 방바닥이 물바다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보일러를 점검하고 관을 청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다. 오래된 혈관은 콜레스테롤과 여러 가지 불순물들이 혈관벽에 붙어 좁아지거나 딱딱하게 만들어 막히거나 터질 수 있다. 이 경우가 소위 뇌졸중, 즉 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다.

뇌졸중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 좋은 예방법이다. 하지만 예방에 신경을 써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경우는 의술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치료법들은 뇌를 열어 수술하거나 혈관을 절개해서 피떡을 제거하고 다른 혈관과 이어주는 치료나 보존적 약물치료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의료 기술들이 하나 둘 개발되면서 환자에게 부담을 덜 주면서 효과는 아주 좋은 치료법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혈관내 치료술이다.

뉴스에서 교향악단을 지휘하던 지휘자가 갑자기 쓰러지자 관객중에 누군가가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홀에 비치된 제세동기를 사용하여 환자를 살려냈다는 소식을 보았다. 급성기환자들을 보는 나로서는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쓰러진 사람이 심근경색임을 알아차리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한다는 것은 닥치고 보면 정말 어려운 결정이며 행위이다. 마침 그것을 알아차린 분도 의사선생님이어서 천만다행이지만 환자가 발생하는 모든 곳에 의사선생님이 계시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필자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이번에 겪었다. 필자의 병원에서 뇌혈관 교육을 받았던 분이 골프장에서 모르는 사람이지만 의식이 처지고 말이 잘 안 나오며 우측 팔다리에 마비가 오는 것을 목격하였다. 다른 이들은 그냥 쓰러진다고 생각해서 우왕좌왕할 때 뇌졸중의 주요증상에 대한 인식과 골든타임에 대한 생각이 나서 바로 병원에 연락하고 이송하여 완쾌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지금 설명하는 혈관 내 치료술이다.

혈관 내 치료술이란 머리를 절개하여 치료를 하는 개두술 치료와 달리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허벅지의 동맥속으로 가는 관을 삽입하여 뇌혈관이 막힌 곳을 뚫어주거나 터진 곳을 메꿔 주는 치료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3~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여야 뇌혈관을 개통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우선 뇌혈관을 개통시키는 약물을 주입하고 기다려 본다. 개통이 안된다면 바로 뇌혈관내로 가는 관을 전진시켜 막힌 부위를 특수한 장비를 이용하여 개통시키고 피떡은 밖으로 꺼내게 된다. 물론 터진 혈관이나 뇌동맥 꽈리 같은 경우는 바로 메꿀 수도 있으니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치료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며 모든 병원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시간이 너무 지났거나 너무 광범위한 경우는 개통을 했을 경우 뇌기능이 자동조절을 못하므로 인해 더 나쁜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문 의료진의 세심한 주의와 빠른 이송을 최우선으로 요구한다.

선진의료시스템에서는 24시간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성과 높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국가적 사업으로 지역 거점마다 즉시 치료가 가능한 센터를 만든 것도 그 이유이다. 뇌졸중의 치료효과의 극대화나 사망률을 낮추는 국가적인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것은 비단 의료인만의 사명이 아니라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만들어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와 자기 몸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국민 모두의 몫인 것이다.

쿠키뉴스 노상우 nswreal@kukinews.com
저작권자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