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 담화는 한미 훈련을 빌미로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한껏 높였다. 북한은 이달로 예정된 한미 훈련을 자국의 선의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담화는 한미 훈련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로운 길'이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등 북한이 미국과의 신뢰 구축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단행한 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한 치적으로 내세우는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더는 유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경고하는 듯하다. 대선 '성적관리'에 급한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런 북한의 거친 압박에 미국이 한미 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 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한국에서 실시하는 미국의 군사 활동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훈련의 확대와 축소 양쪽이 모두 열려있는 '조정'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동력 제고를 위한 복선 쪽에 무게가 실린다.
메시지를 통한 양국간의 탐색전에서 보듯이 작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북미 대화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8개월 만인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재개됐으나 이마저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종료됐다. 북한은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금지, 제재 완화 약속을 제시하고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고집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최종단계에 대한 정의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거기에 이르는 로드맵 작성, 대화 중 핵 활동 중단 등이 포함된 포괄적 합의를 고수하고 있다. 북미는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쳇바퀴 돌리듯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제 북미 대화를 위한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배려, 유연한 접근을 통해 북미가 적극적으로 접점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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